국제 유가가 최근 2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당분간 원유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은 OPEC 회원국 석유장관들을 인용해 26일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유가 상승은 유럽 등 지구촌 곳곳에 불어닥친 기습한파에 따른 일시적 수요 급증 탓인 만큼 증산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회의에 참석 중인 세이크 아흐마드 알 압둘라 알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세계 경제는 배럴당 100달러의 국제유가를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증산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유가가 곧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이라크와 리비아의 석유장관도 이날 인터뷰에서 "배럴당 100달러는 공정한 가격"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압둘라 알 아티야 카타르 석유장관 역시 "현재 유가는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내년에 OPEC이 석유 생산을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국은 오히려 기존 감산 합의를 더 철저히 이행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서 추가 가격상승을 용인하거나 되레 부추기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OPEC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원유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그동안 원유 감산 정책을 펼쳐왔다. 모하메드 알 하밀리 아랍에미리트 석유장관은 "전 세계 원유 재고는 5년 만의 최고치일 정도로 충분하다"며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강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는 지난 주말 혼조세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19달러(1.32%) 오른 91.58달러로 마감했다. 2008년 9월29일(94.11달러) 이후 최고치다.

반면 이날 런던 ICE시장에서 거래된 내년 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차익매물이 흘러나오면서 0.48달러(0.50%) 내린 93.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앞서 5일 연속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 휴장으로 거래되지 않은 서부텍사스원유(WTI)도 앞서 23일 2년 만의 최고치인 91.51달러까지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