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신설비용으로 배정한 예산을 일부 시 · 도 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으로 돌린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4일 "내년도 일부 시 · 도 교육청의 학교 신설 예산이 당초 계획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며 "무상급식 확대를 위해 교부 받은 예산을 전용했기 때문으로 보이는 만큼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발표대로라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일부 교육감들이 무상급식 확대라는 정파적 노선을 위해 국가 예산을 제멋대로 쓰려 한 것에 다름아닌 까닭이다. 이 같은 전용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과부는 9734억원을 학교 신설 예산으로 책정, 지난 10월 예정교부했는데 정작 시 · 도의 학교 신설 예산으로 편성된 금액은 5271억원에 그쳤고, 나머지 금액의 대부분은 무상급식 예산으로 충당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육청은 "교부받은 예산을 갖고 교육감이 판단해 계획을 추진하는 것인데 교과부가 삭감을 주장하는 것은 교육자치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물론 교육자치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장될 수 있을 뿐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8조 1항은 '교부금이 착오 또는 허위로 부당하게 교부된 때에는 당해 시 · 도가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교부금에서 감액한다'라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학교 신설은 국가적 사업의 성격이 강한 만큼 여기에 배정된 교부금을 교육감이 임의로 전용하는 것은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떠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이런 일은 지난번 6 · 2 지방선거에서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으로 현재 무상급식 확대 조례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시의회 간 벌어지고 있는 공방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중앙 정부와 시 · 도 교육청, 그리고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간 교육정책과 관련 예산 배정 및 집행을 둘러싼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차제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무상급식을 둘러싼 예산전용을 막고 교육자치의 건전한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