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리인상은 긴축모드로 본격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물가가 지금도 오르고 있지만 내년엔 상승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제임스 창 홍콩 메릴린치 연구원)는 점에서 인플레와의 싸움이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정책을 마련하는 데 경제성장률보다는 물가관리에 더 몰두한다는 뜻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6일 "정부가 물가와 집값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금리인상 반작용으로 나타날 위안화 가치의 상승과 핫머니 유입 등으로 중국 정부의 고민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예상치 못한 산타 쇼크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베이징대 강연에서 "은행의 지급준비율 상향이 금리인상을 대체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두 가지 조치를 동시에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선 지준율을 올려보고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인식됐다. 연내 금리인상설은 물건너 간 것으로 받아들였던 금융시장은 크리스마스 밤 기습적인 금리인상으로 허를 찔렸다.

박한진 KOTRA 베이징KBC부장은 "내년은 12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로 연초에 자금 집행이 집중될 것"이라며 "연말 연초 설날연휴 등으로 돈이 많이 풀리는 시기와 맞물려 선제 대응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차 5개년 계획은 중국의 향후 5년간 국정운용의 방향을 세운 것으로,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성장을 중요시해 의료 복지 교육 등 민생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또 내년엔 노동자 임금이 올라가고 미국의 양적팽창 정책에 따라 해외에서 자금유입이 늘어나는 등 인플레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인상 불가피…2007년 재판되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이번 인상으로 연 2.75%가 됐다. 그러나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5.1%이고,올해 전체적으로는 3.2%로 추정된다. 은행에 예금을 맡기면 손해가 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의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침체와 핫머니 유입을 우려해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인플레에 대응하려 했지만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라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는 게 불가피하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적이다. 원유 가격 상승 등으로 내년 소비자물가는 6%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2006년 두 차례,2007년 6차례 금리를 올리면서 인플레에 강경 대응했던 3년 전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당시 1년만기 대출금리는 5.58%에서 7.47%로 올라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6년 1.5%에서 2007년 4.8%,2008년 5.9%로 급등했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내부적으로는 임금상승이 일어나고 외부적으로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핫머니의 유입이 맞물린다면 물가폭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궈톈융(郭田勇) 중앙재경대 교수는 "내년 상반기에도 1~2차례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무라증권은 중국이 내년에 4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경착륙을 막아라

중국의 올해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11.9%,2분기 10.3%, 3분기 9.6%다. 4분기는 8.6%로 예상된다. 정부가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살 때 보조금을 주면서 내수시장을 부양시킨 결과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가전하향' 등은 내년부터 적용되지 않는다. 내수소비 증가율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왕이밍 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내년에 지방정부의 신규 투자가 시작되는 만큼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중국경제는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