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자신의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지난 22일 출입 여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이라고 지칭해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안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성명을 통해 "이 어려운 시기에 여당 대표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과 실수로 인해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이며 반성의 시간을 통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여당 대표로서 모든 일에 더욱 더 신중을 기하겠다"며 "더욱 진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 서민생활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2분 동안 굳은 얼굴로 사과문을 읽었으며 낭독을 전후해 두 차례 90도가량 깊숙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안 대표는 지난 주말 장고 끝에 '사과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직접 성명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새해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자연산' 발언이 보도된 22일 오후부터 대외 발언과 일정을 자제해왔으나 이번 주부터 최고위원회의 등의 당무와 28일 육군7사단 위로 방문,30일 시내 양로원 방문 등의 대외일정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성향 초선모임의 한 의원은 "안 대표의 대국민 사과는 국민들을 상대로 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후년 총선준비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당내 의원들에게 사죄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보온병에다 자연산 발언까지 구설수가 겹치면서 안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고,내년 4월 재보궐선거 후 다시 지도부 쇄신론이 있을 수 있어 굳이 이번 일을 전당대회까지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는 게 당내의 공감대다.

한 최고위원은 "안 대표 체제가 최선이 아니나 차선을 검토하기 부적절한 시점이기 때문에 그냥 갈 수밖에 없다"면서 "안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 만큼 시간을 갖고 사태가 수습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