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CEO 릴레이 인터뷰] (3) "母기업 없이도 안정 성장…내년엔 스폰서 120개로"
"이제 국내 프로야구도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등 각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관중들이 야구장에 와서 '티켓을 잘 샀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죠.야구단은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팬들은 야구장에서 꿈도 키우고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

금융인 출신으로 지난해 초부터 넥센 히어로즈의 안방 살림을 맡고 있는 조태룡 단장(46)은 국내 프로야구가 스포츠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탄탄한 수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스폰서십,관중 수입,중계권 등 구단 수입의 세 축이 33%씩 '황금비율'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단장은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한 히어로즈가 올해 수입과 맞먹는 180억원가량을 써 수지를 거의 맞췄다고 했다. 그는 "히어로즈는 창단 이후 매년 큰 성장을 일구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내년부터는 야구단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조 단장이 야구단으로 옮긴 후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스폰서 시스템이다. 히어로즈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기업의 지원 없이 스폰서를 유치해 광고 수입을 올리고 있다. 히어로즈는 출범부터 '네이밍 마케팅'을 내걸며 우리담배와 3년간 300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우리담배의 파산으로 후원이 끊기면서 구단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조 단장은 이때부터 스폰서 기업의 다변화를 꾀했다. 올해는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를 포함해 50여개 기업이 히어로즈 도우미로 나섰다. 내년에는 스폰서를 12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큰 금액을 후원하는 소수의 스폰서 기업은 대형 악재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 적은 금액을 내는 많은 회사로 스폰서 기업을 꾸리는 것이 구단 운영에 효율적"이라며 "그래야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악재가 터져도 야구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 단장은 스폰서 알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히어로즈는 광고 대행사를 쓰지 않고 직접 스폰서를 챙긴다. 유니폼 헬멧 펜스 등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을 넘어서 스폰서 기업 데이 지정,시구 기회 제공,VIP를 초대하는 호스피털리티 프로그램 제공 등 스폰서의 브랜드 및 제품 홍보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 조 단장은 "스폰서들의 만족도가 높아 히어로즈에 후원하려는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앞으로는 히어로즈에 어떤 기업이 후원하느냐에 따라 국내 소비재 산업 경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관중을 늘리는 방법으로 '재방문'과 '추천' 전략을 쓰고 있다. 처음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또다시 구장을 찾아야 하고 입소문을 통해 관중을 더욱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 단장은 "야구장에서 입장료의 액면 가치보다 훨씬 큰 즐거움을 얻어야 한다"며 "예전 어떤 기업이 '만족 경영' 이후 '행복 경영'을 내세웠는데 이제는 '황홀 경영' 수준에 올라야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기 수준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경품을 늘려 관객을 유인하고 있다.

조 단장은 지난해부터 소외계층 2만2000여명을 경기장에 초대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는 경기당 2000명이 무료로 관람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한술 더 떠 장애인석에서 장애인이 음식을 편하게 사 먹고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전담 직원을 배치할 예정이다. 조 단장은 "올해 백석예술대 항공서비스학과 학생들이 VIP 프로그램의 의전을 도와줬고 구단에서는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한 데 이어 내년에는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장애인 관중을 도와주는 산학협력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조 단장은 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에 조급해하지 않는다. 올초 안타는 2점,홈런은 5점 등을 매기는 새로운 인사고가 시스템을 마련했고,포지션별로 우수한 백업 요원을 발굴 · 육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4강이 목표이고 2013~2014 시즌에는 우승컵을 들 겁니다. 전 세계 스포츠 구단에서 히어로즈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전진하겠습니다. "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