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은 제1회 원자력의 날이다. 정부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수주 1주년을 기념, 국가 기념일로 정했다.

하지만 이날 기념식은 '축제'와 거리가 멀어졌다. 지난 1년간 신규 원전 수주가 단 한건도 없었던 데다 한국이 UAE 원전 수주 이후 공을 가장 많이 들여온 터키 원전은 일본에 뺏길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전 수출을 총괄하는 한국전력 관계자조차 "분위기가 안 뜬다"고 말할 정도다.

연초만 해도 정부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월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대책회의에서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쌍수 한전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2020년까지 10기 정도 수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을 즈음이었다.

'과도한 목표 아니냐'는 기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지경부는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하는 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요르단 원전 프로젝트가 프랑스와 일본 컨소시엄에 넘어갈 때만 해도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요르단은 버리는 카드"라며 "터키 원전에 집중하겠다"고 여유를 부렸다. 리투아니아 원전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최근 포기했다.

한 · 터키 정상회담에 맞춰 확정지으려 했던 터키 원전 프로젝트는 수주 가격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터키는 현재 일본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프로젝트 하나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헐값 수주는 안 하겠다"고 했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자신감이 많이 꺾인 게 사실이다.

특히 일본은 한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UAE 원전 수주 당시 한국의 민 · 관 합동 전략을 벤치마킹한 '올 재팬'전략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하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세게 잡았다"고 지적했다.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원전 수주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조급증을 버리고 차분히 우리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 열리는 제2회 원자력의 날 기념식도 지금과 똑같은 분위기에서 치러지지 말란 법이 없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