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16개 경제 · 경영연구소장들은 2011년 우리 경제의 복병으로 '북한 리스크'를 꼽았다.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틀어진 남북 관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연구소장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외부 변수가 많은 환율이나 유가 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하는 월간 '전경련'은 26일 경제연구소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이같이 내놨다. '내년 우리 경제 10대 변수' 조사는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이슈들을 30~40개 제시한 후 1위부터 10위까지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정 이슈를 1위로 뽑으면 10점을 부여했으며 순위가 한 계단 내려갈 때마다 점수를 1점씩 낮췄다.

◆2011년 거시지표 보수적 예측

1위로 뽑힌 변수는 84점을 얻은 '북핵 리스크와 남북관계 긴장 지속'이었다. 2위에 랭크된 '세계경제의 변동성 확대와 성장률 하락(64점)'보다 20점이 높았다. '금융시장 불안(56점)'과 '글로벌 유동성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51점)''고용불안 속 일자리 부족(50점)' 등이 뒤를 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잠재 불안요소로만 여겨졌던 '대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며 "남북관계가 더 악화돼 국지전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를 가정한 '경제 컨틴전시 플랜(경제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율 유가 등 거시지표에 관해서는 보수적인 예측이 나왔다. 연구소장들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4.2%로 내다봤다. 국내 경제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정정책의 효과가 무뎌지고 있어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내년 원 · 달러 환율은 삼성경제연구소의 1080원보다 5원 낮은 1075원으로 전망됐다.

대북 리스크에도 불구,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86.6달러 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보다 유가가 오르지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인 셈이다.

◆내년 최우선 정책과제는 일자리

연구소장들은 2011년에 역점을 둬야 할 정부의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로는 지난해와 같은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고용에 대한 불안이 해소돼야 소비가 늘고 내수도 튼튼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래주력산업 집중 지원 및 투자'라는 항목을 고른 연구소장들도 많았다.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등 기존 주력 산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응답자들은 이 밖에 '북핵 리스크 완화''환율 · 금리 · 원자재가 변동에 따른 신속 대응체제 구축''가계부채 연착륙 유도' 등의 정책도 정부에 적극 주문했다.

올해의 10대 경제뉴스를 뽑아달라는 질문에는 '남북관계 긴장 지속'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2위에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가 선정됐다. 연구소장들은 신흥국 최초로 한국이 G20 의장국을 맡아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의 틀을 공고히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이른바 PIGS 국가들의 재정여건 약화에서 촉발된 '유로존 재정위기'가 3위,첨예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환율 갈등'이 4위를 차지했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타결''일자리 부족 문제''금융시장 불안 지속''미국의 양적완화 정책''4대강 사업 논쟁''가계부채 부실화' 등도 올해 주요 경제 이슈에 이름을 올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