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대만 반도체 업체들과 인수 · 합병(M&A)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사장이 다음 달 대만을 방문,현지업체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26일 보도했다.

엘피다는 업계 6위인 파워칩테크놀로지,7위인 프로모스테크놀로지와 협력을 타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주력 제품(1Gb D램)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엘피다를 비롯한 후발업체들이 몸집 불리기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엘피다가 우선 대만업체들과 재정적 통합을 시도하고 자회사인 렉스칩 일렉트로닉스를 포함한 4개 회사의 통합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엘피다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PC용 D램 생산을 대만으로 이전하고 히로시마 공장에서는 스마트폰 등 최첨단 분야 반도체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엘피다가 이들과 합치게 되면 3분기 기준 16.1%인 점유율이 20.5%까지 올라 2위 하이닉스반도체(20.9%)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M&A가 성사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엘피다는 지난해에도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자 대만 회사들과 사업 협력을 시도했으나 현지 기업들의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초 D램 가격이 상승하자 파워칩,프로모스 등이 합병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D램 가격 하락으로 동맹을 성사시킬 분위기가 다시 마련됐지만 여러 업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야 하는 것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일본-대만 연합으로 덩치를 키우더라도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선발업체들과 기술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D램 개당 생산원가가 1달러에도 못 미치는 반면 후발업체인 엘피다와 대만 업체들은 1.6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40나노대 제품을 만드는 한국업체들과 달리 이들은 아직 50나노대 제품을 주력 생산하고 있어 4분기 이후에는 적자가 불가피한 데다 현금창출 능력까지 위협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만 5%포인트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사상 처음으로 40%대 점유율에 진입한 배경도 원가 경쟁력에서 뛰어난 30나노대 제품을 앞세워 공급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세계 반도체 시장 3위인 일본 도시바는 투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비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 LSI(고밀도 집적회로) 생산을 위탁하기로 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