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과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주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LG이노텍과 샌디스크로 나타났다. LG이노텍은 올해 테마를 형성한 발광다이오드(LED)의 대표주로 꼽힌다. 샌디스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생산업체다. IT주 주가 흐름은 시장 트렌드와 일치하는 셈이다.

급변하는 IT 트렌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완성품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완성품 업체보다는 관련 부품업체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트렌드 변화 수혜주는 부품업체

LG이노텍은 작년 말 9만6000원에서 지난 24일 13만1500원으로 36.97% 올랐다. 하반기 들어 공급 과잉 우려로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긴 했지만 LED TV 판매 호조로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자회사 삼성LED를 통해 TV 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전기도 14.42% 올라 국내 IT주 중 상승률 3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선 샌디스크가 72.05% 올라 주목을 끌었다. 샌디스크가 만드는 낸드플래시는 D램에 비해 시장이 작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으로 수요가 급증,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상승률 2위인 넷앱은 데이터를 가상공간에 저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토리지 시스템업체다. PC나 소프트웨어 없이 인터넷 서버를 이용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58.63% 올랐다.

완성품 업체들은 경쟁이 치열한 탓에 부품업체들보다 상승폭이 작았다. 삼성전자는 D램 업황 부진으로 80만원대 주가를 벗어나지 못하다 최근 갤럭시S와 갤럭시탭의 인기가 부각되면서 사상 최고가 수준으로 치솟았다. 연간 상승률은 15.77%로 2위다. 아이폰 열풍을 몰고온 애플은 52.90% 올라 미국 IT주 중 상승률 3위에 올랐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새롭게 트렌드로 자리잡은 제품군에서 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가 D램 업황 부진에도 보합권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역시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수혜를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미국 델은 태블릿폰을 선보였지만 스마트폰에 밀려 주가가 6.76%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모바일 운영체제(OS)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내년에도 기대되는 IT 부품주

글로벌 IT 수요가 신제품 위주로 살아나고 있어 내년에도 종목 간 주가 차별화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팀장은 "미국에서 대당 499달러인 아이패드는 없어서 못 팔지만 특판가격이 199달러까지 떨어진 LCD TV는 판매가 부진하다"며 "데스크톱과 평판 TV 등의 수요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제품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업체들은 내년에도 유망할 것으로 전망됐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낸드플래시의 생산량을 점차 늘려가고 있어 장기적으로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 확대로 스마트워크(원격근무)가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모바일 오피스를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 업체나 통신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생산업체도 주목 대상으로 꼽았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