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치러진 타이어 비교분석 테스트에서 한국타이어가 미쉐린 등 글로벌 톱클래스 업체와 맞붙어 1등을 차지한 걸 우연히 보고 너무 놀라 즉시 회의를 열었다. "

헤르베르트 디이스 BMW 구매총괄 사장이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한국타이어 제품의 품질 수준이 세계 최정상급 반열에 올라섰다고 거듭 칭찬했다.

한국타이어는 일제 강점기인 1941년 탄생한 회사로 올해로 사업 70주년을 맞았다. 이 회사의 70주년은 의미가 각별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 세계 타이어 시장이 역성장을 거듭했지만 글로벌 10위권 이내 타이어 업체 중 유일하게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2008년 4조76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4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4조80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톱클래스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한국타이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OE(신차 장착용) 타이어 공급선으로 활약하고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다년간의 해외 영업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2000년 미국 자동차 빅3로 통하는 포드,GM 등과 거래를 텄으며 아우디,BMW 등 유럽 럭셔리 브랜드들도 고객사로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이 한국타이어의 무기"라며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들을 고객사로 유치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으로 꼽힌다. 1998년 외환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했을 때 중국 지아싱,장쑤 등에 잇따라 공장을 설립했다. 경쟁 업체들보다 일찍 중국에 진출한 한국타이어는 현재 중국 내수 타이어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2007년에는 헝가리 공장을 준공,유럽 생산 시대를 열었다. 헝가리 공장은 2009년 두 번의 증설을 거쳐 한국타이어의 거점 생산기지로 발돋움했다. 올해에도 중국 충칭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 각각 글로벌 6공장과 7공장을 설립키로 하는 등 해외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인 연구 · 개발(R&D) 투자도 한국타이어의 빠른 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다. 1970년대 서울 영등포 실험실의 35명 연구원으로 출발한 한국타이어 R&D 조직은 1982년 대전 중앙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확대돼 왔다. 현재는 중국 독일 일본 미국 등 국내외에 5개의 연구소를 운영하며 연간 매출액의 5%를 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R&D 인력도 전체 직원의 6% 선에 달한다.

한국타이어의 미래 발전 전략은 '5-1-1'로 요약된다. 2014년까지 세계 5위의 타이어회사로 도약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10억달러를 달성하고 연간 타이어 생산량도 현재 8000만개 수준에서 1억개까지 늘리겠다는 의미다. 서승화 부회장은 "국내외 공장의 생산 안정화와 함께 신규 시장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독립국가연합,중동,동남아시아,인도 등의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