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첫 번째 원자력의 날이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2월 27일 400억달러에 달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수주를 계기로 제정된 정부 기념일이다. 그만큼 UAE 원전수출은 한국 원자력 발전사에 큰 획을 긋는 성과였다. 그 여세를 몰아 우리나라가 다시 불기 시작한 원자력 부흥시대를 선도하는 국가로 발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어제 기념식에 모인 정부 및 민간 원전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추가적 해외 원전수주를 다짐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처음 맞은 원자력의 날 기념일이 기대보다는 많은 우려를 남기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UAE 이후 지난 1년간 우리나라가 신규로 수주한 원전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그동안 추가 수주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보면 경쟁국들의 견제가 그만큼 극심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요르단 상용 원전은 예상과 달리 일본과 프랑스 연합군에 빼앗겼다. 기세가 오른 일본은 베트남에서 공사를 따내더니 급기야 우리의 수주가 확정적이라고 생각했던 터키와 원전협력 MOU(양해각서)까지 맺었다.

정부는 조건이 맞는 곳만 골라 공략하겠다고 둘러대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해외원전 시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프로젝트가 나오도록 경쟁국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또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마다하지 않는 등 발주국의 조건에 기꺼이 맞추는 경쟁국들의 전략을 방관하다간 수주 경쟁력을 아예 상실할 수도 있다.

추가 원전수주를 위한 역량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원자력 안전, 연구개발, 원자력 건설 · 운영 등 원자력 전반에 걸쳐 경쟁력 확보는 기본이고, 경쟁국들에 비해 금융이 미흡하면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책을 조속히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국가와 전략적 연합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UAE 원전수주 이후 경쟁국들은 우리의 전략을 다 파악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의 거센 공세를 이겨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