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은 36개 국내 자산운용사와 자문사가 주식형 수탁액의 3분의 1을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개 운용사(이하 자문사 포함)는 국민연금 돈이 수탁액의 절반을 웃돌아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27일 국민연금 위탁운용 현황 내부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0월 말 기준 36개 위탁 운용사에 23조4073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투자 자금을 맡기고 있다. 지난해 말 18조48억원보다 30%(5조4025억원) 늘어난 것으로,2006년(10조5924억원) 이후 4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국민연금 자금을 맡은 36개 위탁 운용사는 일임가능한 144개 자산운용사 및 자문사의 25%에 해당한다. 국내 운용사 네 곳 중 한 곳은 국민연금 자금을 대신 굴리고 있는 셈이다. 위탁액 기준 상위 25%에 해당하는 코스모투자자문과 트러스톤자산운용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은 국내 주식 위탁 규모가 1조원을 넘고 있다.

이들 36개 운용사의 국민연금 의존율은 평균 33.1%에 달했다. 운용사 주식형 수탁액의 3분의 1을 국민연금 자금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7개사는 국민연금 의존율이 10% 미만이었으며 5개사는 10~20%,12개사는 20~30%로 총 24개사의 기금 의존율은 30% 이하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식형 수탁액이 70% 이상인 1개사를 포함해 6개사는 수탁액의 절반 이상을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는 "이들 운용사는 국민연금에 목을 매달고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이들 운용사로부터 자금을 회수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의존은 제약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도 위탁운용 규모 증가에 대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외부 전문성 활용을 위해 위탁운용을 늘릴 필요는 있지만 국내 시장이 협소하고 위탁운용 증가에 따른 문제점이 있을 수 있어 대폭적인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