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이 연말마다 내놓는 신년 추천 종목의 실제 수익률은 어떨까. 10대 증권사가 작년 말 제시한 올해 유망 종목 10개 중 5~6개는 코스피지수 상승률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형 증권사 추천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도 중형 증권사의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전문가의 안목만 믿고 이들 종목을 따라 샀더라도 연말에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 이하일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추천 종목 40%는 수익률 양호

주요 10대 증권사(대우 삼성 우리투자 현대 한국투자 신한투자 대신 하나대투 동양종금 메리츠종금)가 작년 말 제시한 연간 추천 종목의 올해 주가 수익률을 점검한 결과 전체 69개 추천 종목 중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돈 종목은 30개(4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률 1위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추천한 현대중공업으로,작년 말 17만3500원에서 27일 45만원으로 159.37% 치솟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20.17%인 것과 비교하면 8배 초과 수익을 올린 셈이다.

하나대투증권이 유망주로 꼽은 현대미포조선이 2배 이상 급등했고,한진해운(82.90%,대신증권 추천) 삼성중공업(71.28%,메리츠종금증권) 등도 강세였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작년부터 시작된 조선 · 해운 업황 부진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을 배경으로 선박 수주 등이 살아나면서 오히려 소수 증권사만 추천했던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다.

한국투자 신한투자 현대 등 3개 증권사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은 기아차도 주가가 149.38% 올랐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업종 대표주인 현대차현대모비스에 주목했지만 현대차가 42.56%,현대모비스는 65.5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밖에 복수 추천을 받은 GS LG화학 SK에너지 등 석유 · 화학주들이 예상대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경기 회복 수혜주로 꼽힌 롯데쇼핑 호텔신라 오리온 등 내수주들도 선방했다.

반면 이들 외에 주가가 오른 18개 종목은 20% 미만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고,LIG손해보험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태웅 성광벤드 동국S&C 서울반도체 등 주요 코스닥 종목과 포스코를 포함한 나머지 20개 종목은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월드컵 수혜주로 관심을 한몸에 받은 SBS(-39.26%)는 실적 악화로 연초부터 주가가 수직 하락해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형 증권사 추천주가 우위

10대 증권사 추천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은 중형 증권사가 오히려 나았다. 추천 종목을 5개로 압축해 내놓았던 한국투자증권은 기아차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등의 주가가 크게 오르며 평균 수익률 45.88%를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 현대증권 추천 종목의 평균 상승률도 30% 안팎으로 양호했다.

반면 대우증권의 추천 종목 평균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에 못 미치는 17.20%에 그쳤다. 동양종금증권(15.56%) 대신증권(13.73%)도 성적이 부진했고,우리투자증권은 9.10%로 가장 낮았다. 이들 대형사가 추천한 포스코와 LG전자가 블루칩 강세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인 데다,중소형주들이 유동성 장세에서 소외되면서 줄줄이 하락한 탓이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간 추천 종목은 증시전망포럼 개최 시기 등에 맞춰 11월부터 나오는데 상당수는 6개월 기대수익률을 기준으로 선정된다"며 "중간에 실적 추정치 변경이나 주가 등락에 따라 전망을 수정하기 때문에 연간 수익률만 가지고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