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약 한 달째 확산되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우유 외식 등 유통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쇠고기와 원유 공급물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 급식 수요가 줄어든 데다 대체 공급지를 마련해 아직은 유통업계의 피해가 적은 편이다. 쇠고기 가격도 최근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후 6%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긴장하는 우유업계

국내 젖소의 40% 정도를 사육하고 있는 경기 남부지역으로 구제역이 확산되자 우유 제조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 25일 원유 140t가량을 공급받지 못했다. 이 회사가 공급받는 하루 평균 원유 물량(1950t)의 7.1%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은 것은 사실이지만 제품 소비의 15%가량을 차지하는 학교 급식용 수요가 없어 우유 생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 접종 이후 조달하지 못한 물량이 하루 80t으로 줄었다"며 "열흘 뒤 백신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피해량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공주,전남 나주,경북 경주 등에 농가들이 있는 남양유업도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지난 25일 하루 원유 수급량인 1000t 가운데 17t가량을 공급받지 못했다. 같은 날 하루 700t 정도를 공급받는 매일유업도 3t가량을 제때 조달하지 못했다.

◆백화점 설 선물용 대량구매 위축 우려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축산 바이어들은 한우 사육두수 증가로 한우 설선물세트 물량 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한우선물세트 중 각각 70~80%와 50% 정도를 차지하는 냉동품목은 이미 지난 10~11월 상품 제작을 마쳐 문제가 없지만,관건은 설 명절을 한 달여 앞두고 준비를 시작하는 냉장물량이다. 홍성진 이마트 축산바이어는 "충남 논산과 전남 함평 등 주요 산지들이 구제역에 안전한 상황이어서 더 확산되지 않는다면 물량 확보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한우 세트 물량의 20~25% 정도를 공급해오던 강원 횡성지역과 경북 지역의 공급량을 줄이는 대신 충청과 전라 등 아직 피해가 없는 지역의 취급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고대승 롯데백화점 축산CMD(선임상품기획자)는 다만 "명절 세트는 소비용이 아니라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것이어서 구제역 파동으로 대량 구매 고객들이 줄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외식업소에선 쇠고기 매출 감소

서울 중림동의 설렁탕 집인 중림장 관계자는 "구제역 사태 이후 마장동에서 국산 쇠고기 가격이 ㎏당 1만3000원 선에서 1000~2000원 올랐다"며 "통상 매일 설렁탕용 양지를 300㎏씩 떼오는데 요즘은 감염 우려 때문에 물건이 나오는 대로 미리 사놓아 2t 가까이 비축해 뒀다"고 말했다. 서울 양평동의 진성한우촌 관계자도 "가락동 축협에서 물건을 가져오는데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구제역에 대한 학습효과로 음식점 매출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반응이지만,일부 매장에선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다. 차이나팩토리 관계자는 "전체 메뉴 중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메뉴가 약 30%를 차지하는데 손님들이 해산물이 주로 들어가는 다른 메뉴를 대신 시킨다"고 말했다. 서울 중림동의 예성 숯불갈비 관계자도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매출이 1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쇠고기 경락가는 강보합세

구제역 발생 이후 쇠고기와 돼지고기 경락가는 강보합세다. 소비 감소폭보다 출하량이 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7일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에서 경락된 한우 거세우(1+B등급)는 ㎏당 1만7643원으로,구제역 발생 시점인 지난달 29일(1만6598원)에 비해 6.3% 오른 상태다. 전국 경매시장의 돼지고기(탕박) 1㎏ 평균 가격도 이날 3825원으로 지난달 29일 3647원에 비해 4.9% 올랐다.

다만 소매가는 큰 변동이 없다. 이마트가 판매하는 한우 1등급 등심 100g은 이날 7450원으로 구제역 발생 전과 같았다. 삼겹살도 100g에 1380원으로 마찬가지다.

심성미/송태형/강유현/김현석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