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계기로 대만을 교두보로 중국에 진출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의 미스터 도넛(회사명 더스킨)이 한 예다. 이 회사는 대만의 퉁이(統一)와 제휴해 중국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당초 미스터 도넛은 2000년에 독자적으로 중국에 진출했으나 영업 실적이 저조해 9년간 5개 매장을 운영하는 데 그쳤다. 그러자 퉁이와 지난해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운데 이어 ECFA 등을 계기로 중국 진출을 더욱 가속화해 2013년까지 중국 내 매장을 66개까지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대만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미스터 도넛이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양국의 협력을 상징한다면 대만 훙하이그룹이 일본 히타치제작소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사업에서 제휴하고,일본 엘피다가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한국을 견제하면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의 상징이다.

◆일본,대만 발판 삼아 중국 진출

일본과 대만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만이 일본에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타이베이 시내 전자상가인 신톈디에도 일본 가전제품과 컴퓨터 등이 즐비하고 대만 소비자들이 이들 제품을 선호한다. 대만에 굴러다니는 차의 절반 이상이 일본차일 정도다. 여기에 ECFA(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라는 중국 · 대만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일본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ECFA의 골자는 대만과 중국 간 관세를 낮추는 것이다. 지난 9월 발효됐고 실질적인 관세인하는 내년부터 이뤄진다.

일본과 대만의 기업동맹이 확산되는 건 관세인하 기대효과에다 중국시장에 직접 진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중국 내 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민호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은 "대만에는 일본의 지사와 상사가 2000개 이상 나와 있을 정도로 일본의 파워가 센 곳인데 일본 기업들이 대만 진출에 종전보다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시 중샤오둥로에서 인터넷관리 및 통신분야 연구개발 업체를 운영하는 타이신테크의 천후무 대표는 "ECFA 체결을 계기로 대만이 중국 비즈니스의 가교 역할을 한다면 외국기업의 대만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CFA발효로 대만경쟁력 다시 부각

대만 역시 중국과의 ECFA 발효가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타이베이에서 내의 등 섬유제품을 만드는 미거언더웨어의 예훙빈 매니저는 "ECFA로 중국 수출시 관세를 물지 않게 돼 고급 대만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중국의 원부자재를 관세 없이 들여다 제3국으로 수출할 경우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해마다 급증,지난 한 해 71억4300만달러에서 올해는 상반기에만 71억9400만달러에 달해 작년 한 해 수준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대만기업의 제3국 투자가 13억4100만달러에 그친 것을 보면 대만기업들이 중국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 짐작할 수 있다.

ECFA로 중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혜택이 예상되자 해외진출 대만업체 사이에서 유(U)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만 경제부의 라이빈계 중소기업처장은 "중국은 대만의 최대 무역파트너"라며 "그동안 대만은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고립돼 FTA를 통한 교역액이 연간 교역액의 0.1%에도 못 미쳤으나 내년 1월부터는 42%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만의 중국에 대한 예속이 심해질 것이라고 일부 지식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중화경제연구원의 우후이린 연구원은 "대만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중국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마당에 ECFA가 직접적으로 큰 이득을 안겨줄 것은 없다"며 "중장기적으론 홍콩처럼 대만이 중국에 예속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걱정했다.

타이베이=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