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D램 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삼성전자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2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엘피다는 최근 대만 파워칩과 프로모스를 인수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파워칩과 프로모스는 업계 6, 7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로 관련 절차는 내년 1분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만 업체와 연합한 엘피다가 국내 업체들에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는 해외 반도체 업체들의 상황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오히려 국내 반도체주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 "1+1 반드시 2 아니다"

일본 엘피다는 대만업체들과 재정적 협력을 구축하거나 자회사인 렉스칩, 대만 파워칩, 프로모스를 통합하는 지주회사 설립을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PC 등에 쓰이는 범용(Commodity) D램은 대만에서 생산하고, 엘피다 히로시마 팹(Fab)에서는 모바일 D램 등 이른바 스페셜티 D램을 양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인수로 인해 시너지 효과보다는 오히려 신규투자 부담 확대 등 역효과가 날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무게를 뒀다. 엘피다가 대만 업체와 손을 잡는다고 해서 삼성전자, 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엘피디와 대만업체들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제품은 50나노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올 4분기 이미 30나노대 공정 D램에 대한 양산에 돌입했다. 하이닉스도 내년 1분기 30나노대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산업에서는 1 더하기 1이 오히려 0.9가 될 수도 있다"며 "이미 원가 경쟁력을 상실한 대만업체들을 인수한 점과 기술 경쟁력이 낙후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엘피다에게는 신규투자 부담이 확대되고 비용 증가 등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D램 산업 변화…삼성전자·하이닉스에 호재

중장기적으로는 이들 업체들의 가동률이 자동적으로 조정돼 국내 반도체 업체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치킨게임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양사의 실사 등으로 가동률이 조정돼 자연스럽게 감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설비투자 부담으로 엘피다의 실제 CAPA(생산설비능력)는 오히려 줄어들어 공급과잉 문제도 진정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서주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본다면 세계 D램 업체들은 결국 4개 업체만이 남게되는 것"이라며 "수요만 뒷받침된다면 D램 가격이 예상보다 빨리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 연구원도 "향후 해외 경쟁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감산에 나서면서 D램 산업전반이 새로운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특히 대만업체들의 구조조정은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게는 매우 큰 호재"라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