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하이트맥주가 진로 인수 5년 만에 양사 영업조직 통합에 나서자 오비맥주 롯데주류 등 경쟁사도 관계사 합병을 통한 영업력 강화작업에 돌입했다. 소주와 맥주시장에선 당장 내년 초부터 '점유율 높이기'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가 풀리는 내년 1월24일부터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영업조직 중 상권활동조직을 먼저 통합할 예정이다. 상권활동조직은 음식점 등을 상대로 자사 제품을 마케팅하고 고객 이벤트를 벌이는 곳이다.

또 주류도매상 담당 조직은 내년 3월께 지역별,주종별 점유율에 따라 선별적으로 합칠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점유율이 높고 맥주점유율이 낮거나,맥주가 높고 소주는 낮은 곳을 우선적으로 합쳐 상호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업인력을 통합하면 비용도 절감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진로는 최근 100여명의 명예퇴직을 통해 사전 정지작업을 끝냈다. 또 양사의 전산업무를 통합관리하기 위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2005년 3조원을 들여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는 그동안 공정위 규제 때문에 영업망을 합치지 못했다. 당시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 요건으로 내건 하이트와 진로 간 영업조직 분리 기한은 내년 1월23일이다.

이장규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하이트와 진로의 마케팅 조직이 통합되면 점유율 상승뿐 아니라 브랜드와 기업가치 상승 등 여러 부문에서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웅 진로 사장도 지난달 기업설명회(IR)에서 "마케팅 통합을 통해 지난해 51.4%였던 시장점유율을 2015년 6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공룡' 간 통합이 가시화되자 경쟁사엔 비상이 걸렸다. 당장 소주업계의 롯데주류는 모회사인 롯데칠성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영업망 통합에 맞서 합병으로 대응키로 한 것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합병 시기는 내년 3월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롯데주류는 롯데칠성의 100% 자회사다.

롯데주류는 소주(처음처럼)와 청주 와인 등을,롯데칠성은 주스 탄산음료 외에 위스키(스카치블루)를 각각 판매하고 있다. 음료업계 1위인 롯데칠성은 막강한 영업망을 통해 위스키 시장에서도 선전해왔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1조3500억원,롯데주류는 32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맥주업계의 오비맥주도 자회사인 한국스페셜티맥주를 내년 1월 합병해 영업력을 높일 계획이다. 한국스페셜티맥주는 벡스(독일)와 스텔라아르투아 · 레페(벨기에),산토리 프리미엄몰츠(일본) 등의 맥주를 수입해온 회사다. 오비맥주는 합병을 통해 '라이선스 생산(상표권 사용료를 내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해온 버드와이저,호가든 등과의 영업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