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권을 여러 개 확보하기 위해 낡은 단독주택을 헐고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는 신형 '지분 쪼개기'가 많았던 서울 양평동 일대가 당산 유도정비구역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도정비구역은 서울시가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살리고,한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초고층 슬림형 개발을 허용한 곳이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유도정비구역에서 제외되면 초고층 개발도 사실상 어려워져 쪼갠 지분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반발 등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분 쪼개기 성행지역 제외"

28일 건설 ·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당산 · 잠실 · 반포 등 3개 유도정비구역의 개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최근 지구단위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했다. 용역결과는 이르면 내년 12월 나올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당산 유도정비구역의 지구단위계획 수립 대상 면적은 22만㎡다. 2009년 1월 서울시가 발표한 당산 유도정비구역은 60만㎡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면적이 크게 줄어든 데 대해 "재개발 ·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려운 곳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이 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와 지분 쪼개기를 통한 신축이 많아 노후도 요건(전체 건물의 60% 이상이 노후건물)을 맞추기 어려운 곳들이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도정비구역은 법적 구속력 없어"

서울시는 2009년 발표한 유도정비구역 면적과 지구단위계획 수립 대상 면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도정비구역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계획으로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비사업이 필요한 부분에 한해 법정계획인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용역과정에서 면적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반드시 초고층 재건축 · 재개발이 이뤄지는 게 아님을 여러 차례 공개했다"며 "그런데도 일부 지역에서 분양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분 쪼개기가 무분별하게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일부 현지 주민들과 중개업소들은 유도정비구역 발표 당시 해당 지역을 구체적인 도면과 함께 제시해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한강변에 인접했다는 이유만으로 큰 블록으로 묶어서 대상지역을 발표했다"며 "처음부터 정비사업이 가능한 곳을 골라 발표했으면 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정 · 망원동도 제외되나

서울시는 당산 유도정비구역과 함께 지분 쪼개기가 성행했던 망원 유도정비구역에 대해서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지 않았다.

구의 · 자양 유도정비구역은 광진구에서 지구단위계획 수립용역을 자체적으로 실시키로 서울시와 합의한 만큼 망원 유도정비구역만 개발청사진 마련이 늦어지게 됐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망원 유도정비구역의 중장기 발전 방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전 방향이 확정된 후에 필요한 지역에 한해 지구단위계획 수립 절차를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망원동 K공인 관계자는 "망원 유도정비구역에서도 지분 쪼개기가 심했던 곳은 노후도 요건을 맞추지 못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에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개발업자들로부터 원룸을 산 투자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쪼갠 원룸을 많이 거래한 부동산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지구단위계획 수립대상에서 빠졌지만 구역 모양과 노후도 여건상 중장기적으로 재개발할 수밖에 없는 곳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