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이 잇따라 상장 계열사 매각에 나서자 다음 '매물'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채권은행들과 재무구조개선에 관한 약정을 체결, 핵심사업부인 전선사업을 제외하고 비주력 사업들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이달 들어서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상장 계열사 7곳 중 2곳을 매각했다. 코스닥업체인 피제이메탈과 온세텔레콤을 각각 200억원과 195억원에 매각, 모두 395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있는 대한전선의 상장 계열사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대경기계기술, 티이씨앤코와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 알덱스, 옵토매직 등 4곳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남광토건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라 매각 대상이 아니다.

대한전선 측은 '딜'에 있어 금액 등 매각 조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계열사 매각에 대한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매수자가 나타나면 전선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비핵심 자산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보통신 및 인터넷 사업을 운영하는 온세텔레콤은 당초 전선사업과 근접한 사업군으로 분류됐지만 조건이 맞아 과감하게 매각 결정을 내렸다"고 말해, 조건이 뛰어나다면 전선 관련 산업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대한전선이 추가적으로 상장 계열사 매각에 나설 것으로 판단, 열 교환기 및 보일러 사업 등을 영위하는 대경기계를 다음 매물로 꼽았다. 광섬유 제조 및 판매업체 옵토매직은 광전선의 핵심사업부라 팔기 부담스러우며 그 외 회사들은 매수자 입장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대한전선은 현금이 급한 상황이므로 전선 외 회사들은 일단 모두 구조조정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광섬유 제조 및 판매업체인 옵토매직 이외에 전선 사업과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는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원은 "대경기계는 전선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다 석유화학 플랜트 증설 관련 신규 수주액도 늘 것으로 전망돼 대한전선 그룹사 중 가장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경기계는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이 2.99%로 타 계열사 대비 뛰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옵토매직의 영업이익률은 2.39%, 알덱스는 0.58%였으며 지주사인 타이씨앤코는 7억75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는 또 "석유화학사업을 갖고있는 그룹사들이 대경기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아직 시장에 나오는 얘기는 없지만 롯데그룹의 경우 최근 발전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매수자로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다만 매각 가격이 문제다. 대한전선은 2007년 11월 대경기계를 매수할 당시 1주당 6000원에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경기계는 최근 3000원선에서 거래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한전선이 너무 싼 가격에 대경기계를 넘길 경우 현재 대경기계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07-1기업구조조정조합QCP12호)이 반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손실이 확정되면 국민연금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고, 대경기계를 파는 대신 국민연금에 대한전선의 주식을 싸게 넘기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경기계의 현재 최대주주는 일종의 재무적투자자(FI)격인 '국민연금07-1기업구조조정조합QCP12호'로 보유지분이 67.59%다. 또한 대한전선은 이 펀드의 지분 53.07%를 보유 중이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