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이다. 신문의 인물면이 승진자들로 넘쳐난다. 축하를 보낸다. 이들에겐 연말연초가 가슴 뛰는 시기가 될 것이다. 새로운 자리에서 더 크게 펼칠 꿈을 다듬을 소중한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런데 이왕 승진한 김에,또 다짐을 하는 김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과거의 성공 경험을 잊는 일이다. 임원이 됐으면 부장 시절의 성공 경험을 잊어야 새로운 직무가 보인다.

피터 드러커가 젊을 때 보험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예화를 소개한다. 증권분석사로 일해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1년 만에 대표의 수석비서가 됐다. 일 잘 한다는 칭찬에 기분이 들떠 있던 어느 날 창업자가 그를 보고 "생각보다 어리석다"며 야단을 쳤다. 창업자는 "증권분석사로서는 일을 잘 했지만 수석비서가 돼서도 여전히 증권분석사 시절처럼 일하고 있다"며 "새로운 직무에서 효과적인 사람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러커는 이후 수많은 기업에 컨설팅을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인적자원 관리에 있어서 최대 낭비는 '승진관리의 실패'였다고 못박고 있다. 그의 설명."10~15년 동안 유능했던 사람들이 왜 갑자기 무능해졌을까? 그들은 새로운 직무를 맡은 뒤에도 과거에 이미 성공을 거두었던 일 그리고 그들을 승진시켜 준 그 일을 계속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무능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마는데,그것은 그들이 정말 무능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놔두고 부적절한 일을 했기 때문이다. "

승진한 분들이여,그러니 이번 연말에 이 화두를 풀고 오시라."새 일을 맡은 지금, 새롭게 변신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