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내년에도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나치게 빠른 금리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 "

표학길 서울대 국가경쟁력연구센터 소장(경제학부 교수 · 사진)은 28일 "내년 4%대 성장을 하더라도 한국 경제가 성장 추세선에 복귀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내년 4.5% 성장으로 경제가 정상궤도에 복귀하게 된다는 한국은행의 전망과는 다른 견해다.

표 소장은 2008년과 2009년의 경기 하락 골이 워낙 깊어 올해 6% 수준,내년 4%대 초 · 중반 정도의 성장을 하더라도 잠재성장률을 여전히 밑돌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5% 수준인데 여기에 복귀하려면 5%대의 성장을 4~5년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 소장은 고유가와 원화 강세가 내년 경제를 위협할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브릭스 등 신흥국들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내년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원 · 달러 환율은 내년 말께 1050원 수준으로 10% 정도 절상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성장 둔화와 원화 가치 절상 등을 감안해 인플레이션에 후행적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기보다는 경제 회복에 초점을 두고 물가가 뛰면 그때 가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식이 좋다는 얘기다.

표 소장은 또 지난 27일 한은에서 열린 '4분기 경기동향지수에 대한 분석과 전망'회의에서 "기업 및 소비자의 경기전망은 아직 비교적 낙관적이지만 경기회복세가 어느 정도 둔화되는 시점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고광철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금융투자협회 한국채권평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개발한 KEBI채권지수가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축소 발표로 하락했지만 자금시장 상황은 여전히 여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