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CEO 릴레이 인터뷰] 신영철 SK와이번스 사장, "올해 우승효과 500억원 넘어"
"올해 우승으로 얻은 경제적 가치는 500억원을 훨씬 웃돌 겁니다. 그동안 SK야구단이 추구해온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가 효과를 십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주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 와이번스는 올해를 포함해 세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다. 2000년대 최고 명문 구단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55)은 불쑥 위기론을 꺼냈다. 프로야구 관중이 600만명에 육박하고 다른 프로 스포츠보다 인기가 높다고 해서 여기에 만족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구단의 창단 움직임도 기존 구단에는 더욱 뼈를 깎는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05년부터 SK 구단을 책임진 신 사장이 2007년 야구단 전담 사장을 맡으면서 SK를 강팀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내놓은 화두가 스포테인먼트였다. 성적 지상주의에 물들었던 프로야구를 감동과 즐거움의 스포츠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경기에 지더라도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야구를 하자는 것.

그는 '우리는 우승보다 두 배의 관중이 더 좋다' '팬 퍼스트,해피 베이스볼' '야구장으로 소풍 가자' 등 매년 새로운 화두를 꺼내들었다. 그 기반에 스포테인먼트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 결과 우승과 관중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는 지난 8월 국민대에서 'SK 와이번스 야구단의 스포테인먼트 경영 전략에 관한 실증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이학박사(스포츠산업) 학위까지 받았다.

"프로팀의 라이벌은 다른 구단이 아니라 CGV나 에버랜드라고 생각했습니다. 야구에 머물지 않고 흥미를 유발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죠.매년 선수와 프런트에 팬들을 위한 야구를 주창했더니 취임 당시 33만명에 그쳤던 관중이 올해는 98만명을 넘어섰습니다. "

프로야구는 꿈을 파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구단이 흑자를 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SK의 우승 가치가 500억원을 웃돌기 때문에 매출과 손익이라는 단순한 주판놀음으로는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게다가 팬들이 와서 즐기고 감동받고 행복해야 150만,200만 관중이 찾고 흑자도 자연스럽게 달성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래서 야구장을 '오프라인 포털이자 공연장'으로 생각한다.

"야구장에서 야구만 하라는 건 어디에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문화 공연의 장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그런 시도에도 앞장설 계획입니다. "

최근 진행 중인 제9구단 창단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프로야구를 과거의 스포츠와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시점이 왔지요. 스포츠가 산업이고 비즈니스이며 마케팅의 핵심 툴입니다. 게임업체가 야구단 창단을 검토하는 게 그 증거죠.기존 구단들이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야 새로운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더 큰 야구판을 만들 수 있어요. "

몇 개월간의 연구와 논의 끝에 내년 구단의 마케팅 방향도 확정했다. 어린이들의 생활체육과 교육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또 구단 출범 12년째를 맞는 내년을 퀀텀점프(대도약)의 해로 정의했다. "그동안 인천시민에게 'SK가 우리 구단'이라는 의식을 심어줬습니다. 내년에는 전국 구단으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겁니다.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