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자유구역(FEZ) 도입 7년 만에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경제자유구역이 남발되는 바람에 '외국자본 유치특구'라는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번 '군살빼기'를 시작으로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선택과 집중 원칙을 분명히 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사업성이 낮은 지역은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개발 불가능 지역도 FEZ

이번에 해제되는 지구 중에는 처음부터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도 있다. 부산 · 진해 경제자유구역의 그린벨트지구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높이 100m 이상 지역에 평균 경사도가 25도가 넘는 산지다.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가 필수적인데 개발 수요가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힘들다.

광양만 경제자유구역의 선월지구도 개발이 어려운 구릉지역에 위치해 있고 신대덕례지구는 일부는 산악지역,일부는 문화재지구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영종도 계획미수립지 가운데 육지 지역엔 개발 이익을 노린 투기꾼들이 몰려와 보상금을 노린 조립식 건축물이 2500여채 난립해 있다. 이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권평오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은 "현재 영종도 지역의 땅값은 3.3㎡(1평)당 350만~500만원 정도로 개발을 시작한다한들 보상비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광양만권의 여수공항 지역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08년 연구 결과 국제공항으로 확대하는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고 판명나 현재 추진이 보류된 지역이다.

수요를 과대 예측했거나 기능 중복지역도 해제 대상에 올랐다. 새만금 · 군산 경제자유구역의 군산배후단지는 16만명을 수용하는 순수 주거단지로 조성하기로 계획됐으나 지경부의 조사 결과 최대 5만여명의 인구만 유입될 것으로 나타났다. 군산의 인구가 27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수요를 너무 크게 잡은 것이다.


◆표 의식한 '묻지마 지정'

경제자유구역이 이처럼 무분별하게 팽창한 배경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다. 정부 관계자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가 표심을 의식해 적절한 수요 예측 없이 무분별하게 경제자유구역을 신청했고 지역에 연고를 둔 정치인들이 가세하면서 경제자유구역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지역주민들도 피해자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를 수용할 때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토지의 형질을 변경할 수 없고 건물의 신축이나 증 · 개축이 사실상 금지된다. 권 단장은 "개발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곳에 사는 주민들은 빗물이 새는 집을 고치거나 토지를 매매할 때도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재산권 침해가 장기화돼 왔다"고 밝혔다. 지경부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해제한 것은 개발이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주민들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사업 부진하면 추가 퇴출"

지경부는 이에 따라 새만금경제자유구역 전체 면적 66㎢ 중 24.8%인 16.6㎢를 해제하는 등 강수를 꺼내들었다. 부산 · 진해경제자유구역과 인천경제자유구역도 20% 안팎을 해제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경제자유구역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제자유구역 퇴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개발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단위지구는 산업단지처럼 지정 후 3년 뒤 해제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정부가 당초 35개 단위지구를 부적합 대상으로 지정해놓고 이번에 12곳만 퇴출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지자체의 반발이 커지면 경제자유구역 수술 계획이 일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 경제자유구역

Free Economic Zone.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 기업에 세금과 법 · 제도상 혜택을 주는 일종의 특별구역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기업에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3년간 100%,이후 2년간 50% 감면해준다. 지방세인 취득 · 등록 · 재산세도 15년간 면제된다. 또 공장이나 건물을 짓는 기업에는 간편한 행정 절차가 적용된다. 2003년 3곳(인천,부산 · 진해,광양만)에 이어 2008년 3곳(황해,대구 · 경북,새만금)이 추가 지정돼 현재 경제자유구역은 모두 6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