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전기자동차(EV) 주행시험에서 일본의 충전기 통일 규격인 '차데모(CHAdeMO)' 방식 급속충전기를 채택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전기자동차 주행시험을 위해 일본의 충전기 통일 규격에 맞춘 급속충전기 310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일본 규격의 급속충전기가 해외에서 이처럼 대량 채용된 것은 처음이다. 전기자동차의 보급을 좌우하는 충전기 규격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미국에서 일본 규격의 충전기가 보급될 경우 사실상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급속충전기는 전기자동차의 연료인 전력을 약 30분 만에 '풀(full) 충전' 상태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2억~3억달러(2300억~3400억원)를 투입해 주행시험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주행시험은 캘리포니아 · 오리건 · 애리조나 등 6개주에서 실시된다.

일본은 국내 전기자동차의 규격 통일을 위해 지난 3월 닛산자동차 미쓰비시자동차 도쿄전력 등 158개사가 '차데모(전기자동차 충전시스템) 협의회'를 설립했고, 해외 보급에도 공을 들여왔다.

전기차 탑재 전지의 성능과 안전성 평가 기준에선 일본과 독일이 국제규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내년 중 전기자동차 국제규격을 결정할 예정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 차데모

CHAdeMO.원래 도쿄전력이 개발한 급속충전기 규격.충전을 표시하는 '차지(charge)'와 이동을 뜻하는 '무브(move)'를 합친 조어다. 현재 일본에는 차데모 방식의 급속충전기가 500대 설치돼 있다. 이 충전기의 보급을 위해 결성된 '차데모 협의회'에는 독일 보쉬 등 외국 차부품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