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만이 투자은행(IB) 업무의 허브만은 아니다. 싱가포르도 있다."

삼성의 눈이 싱가포르로 쏠리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전문인력 영입에 나서는 한편, 삼성증권은 싱가포르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고운용책임자(CIO)로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출신의 김준성 이사를 영입한다. 내년 3월께 주식운용총괄 전무로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 이사는 미국 카네기멜런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W.I.Carr 싱가포르 법인, 세이에셋 코리아(SEI Asset Korea), 워버그 핑쿠스 카운슬러(Warburg Pincus Counsellors) 뉴욕 등에서 근무했다. 2001년부터 싱가포르투자청에서 이머징아시아 및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상품을 운용해왔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김 이사는 뉴욕, 싱가폴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 20여년 간 글로벌 및 아시아 시장 분석 및 투자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며 "운용은 물론 아시아 지역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초 이사회를 개최해 싱가포르 현지법인에 대한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 영입이 싱가포르 IB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시발점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삼성증권은 싱가포르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감독 부처에 곧 법인설립 관련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법인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올해 홍콩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데 이어 다음 타깃으로 싱가포르를 잡은 셈이다.

이 같은 행보는 지난 13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삼성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영업을 담당하는 기존 '법인사업본부'를 '글로벌 에쿼티(Global Equity) 사업본부'로 변경했다. 이 본부는 국내외 법인영업 및 홍콩, 뉴욕, 런던 현지법인과 동경, 상해의 영업 거점을 총괄하게 됐다.

수장으로는 올해 8월 삼성증권에 합류한 황성준 부사장이 사업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황 부사장은 홍콩 크레딧스위스(CS)의 아시아 법인영업을 총괄하며 CS를 아시아 탑 클래스로 올려 놓은 인물이다. 직원을 100여명으로 늘린 홍콩법인은 본격적인 영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 신설되는 싱가포르 법인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측된다.

싱가포르에 대한 관심은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호텔신라다. 호텔신라는 지속적인 면세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중 관심있는 대상은 싱가포르의 공항이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 현지의 IB업계 출신 관계자는 "홍콩은 중국과 관련된 기업이나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기업공개(IPO)의 문턱도 싱가포르 보다 높다"며 "싱가포르는 원자재와 관련된 투자도 용이한 편이라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는 호주 증권거래소(ASX)와 통합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초대형 거래소가 출범하게 된다. 호주 증권거래소가 원자재와 관련된 기업들의 상장비율이 높고 시장 자체도 커지는 만큼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싱가포르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자원부국과도 가까운 점도 장점이라고 그는 꼽았다. 그는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인도네시아의 관련기업들이 상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