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근무하는 5년차 직장인 한민선씨(32)는 최근 이번 달 월급명세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시간외수당이 실제로 자신이 근무한 것보다 훨씬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한씨는 "연말이라 야근이 잦아 하루 3~4시간씩 초과근무를 했기 때문에 50시간은 족히 됐지만 인정분이 24시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씨가 인사과에 항의하자 담당자로부터 "한씨가 지난 6월 출산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하루에 2시간,1주일에 6시간 이상 시간외근로를 못하게 돼있다.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근무를 했더라도 수당을 더 줄 수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씨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업무라 불가피하게 초과근무를 했는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이 같은 법이 있는데도 회사는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한씨의 억울한 사연은 '사용자는 산후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여성에 대하여는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라도 1일에 2시간,1주일에 6시간,1년에 15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근로를 시키지 못한다'고 정한 근로기준법 제71조(시간외근로) 탓에 발생했다. 출산 후 체력이 약해진 산모가 과도한 업무로 건강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지만 정작 이 법 때문에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 여성들이 생겨난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 법안은 산모를 보호하기 위한 모성보호조항으로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내놓은 '워킹맘의 실태와 기업의 대응방안 보고서'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진현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사할 때 업무는 업무대로 하고 수당은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여성 직장인들이 많았다"며 "야근이 잦은 현대 직장인의 입장에서 이 법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 법이 장시간 근로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의 근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만큼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경영학)는 "제71조도 시간외근무 시간을 늘리거나 당사자가 동의하면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