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한 단계 올라선 기업실적.'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증시를 낙관하는 근거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지수 상단으로 2200선 이상을 제시했다. 일부 증권사는 2720선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과거보다 한 단계 올라선 기업들의 실적이 상승장을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다. 증권사들은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중국 등 각국이 긴축 정책을 편다면 지수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망 업종으로는 정보기술(IT),은행 등을 꼽았다.

◆기업이익 증가로 증시 재평가 기대

지난해 초 1696.14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꾸준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 덕분에 3년1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14일 2000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상승률만 20%에 달했고 코스피지수는 3년 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2064.85)에 근접했지만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도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이익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선 점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2000년대 초 국내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총 20조원 수준에 머무르다 2004년부터 40조~50조원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것은 기업들의 높아진 이익 수준을 확인한 2005~2006년부터였던 만큼 올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2004년 국내 기업의 순이익이 60% 넘게 증가했지만 주가 상승률은 10.5%에 머물렀고 본격적인 상승은 2005~2007년에 나타났다"며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이 94조원으로 순이익 증가율이 56.4%였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강세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조치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도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더블 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로 인한 물가 하락 압력)에 노출돼 있는 선진경제는 올해도 출구 전략보다는 자국 경제 회복을 위한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선진경제와 달리 신흥국들은 경기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 내 유동성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 아시아 시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지난해 국내 증시의 상승을 제한했던 3대 악재가 장애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언제라도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고 최근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한 중국의 긴축 정책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미다.

◆IT · 은행주 유망

주요 증권사들은 대부분 IT주와 은행주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T주는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지난해 주가가 비교적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은행주도 가격이 싸고 금리 인상의 수혜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업황이 바닥을 통과하며 회복기에 접어든 업종의 주가는 턴어라운드 초기 국면에서 강하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IT와 금융업종은 업황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측면에서 강한 상승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자동차와 화학주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자동차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화학주는 경기 회복에 따라 시황 호조세가 예상된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산업은 품질 개선과 신차 효과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며 "화학업종도 유가 상승에 따라 정유사의 석유개발 부문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