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햇볕'의 미망에서 깨어나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북한은 우리 눈 앞의 敵일 뿐 … 돕는 방식만으로 평화 못 얻어
지난 3월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우리 천안함 폭침은 오랫동안 포성만 멈췄을 뿐 예전이나 지금 한반도가 여전히 전시(戰時)상태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새삼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그리고 11월 북의 연평도 포격은 그런 엄중한 상황을 잊고 있었던 우리 모두의 방심과 안보현실에 대한 불감증을 거듭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통치집단의 안보 무지(無知),그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 다름아닌 집권여당 대표의 '보온병 폭탄' 해프닝이다.
우리 군의 연평 훈련 이후 아직은 조용하지만 살얼음판 같은 긴장이 흐르는 것은 여전하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북이 포탄을 쏴댈지 모른다. 분명해진 것은 연평도 공격을 넘어 이제는 상시적으로 핵공갈을 일삼고 있는 북은 우리에게 이미 현재화(顯在化)된 적이라는 사실이다. 눈앞에 적을 두고 평화를 얻는 길은 오직 한 가지 이길 수 있는 힘을 갖는 것뿐이다. 연평 사태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다.
햇볕정책 또한 결국 착각이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상황 인식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햇볕정책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며 "북한은 비정상 국가다. 그들에게 합리적 판단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방어적 연평 훈련을 부정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 회복이 절실하다"고 주장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대화는 서로 상식을 지키고 상호관계의 보편적 룰을 공유할 때 가능한 것이다. 합리성이 결여된 비정상 국가와 무슨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지난 노무현 정권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대북관과 햇볕정책 옹호론은 모순 그 자체다. 그는 "햇볕정책은 한반도 평화의 길이자 민주당이 계승 발전시켜야 할 대북 기조"라면서 북한에 대해선 "매우 치밀하고 전략적인 국가"라고 주장했다.
햇볕정책은 무엇인가. 잘사는 우리가 궁핍에 시달리는 북한을 도와 그들이 껴입은 외투를 벗기고 자연스레 그들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 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래서 지난 김대중 ·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많은 돈과 물자 식량 비료를 보냈다. 그간 북에 지원된 현금과 현물은 무려 40억달러를 웃돈다.
맹점은 그처럼 '치밀하고 전략적인 국가'에 우리는 의도하는 바가 너무도 뻔하고 순진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데 있다. 노림수가 내다보이는 얕은 전략은 상대의 역공(逆攻)을 불러올 위험성만 높일 뿐이다. 실패가 예정됐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달라는 대로 퍼주었지만 평화를 얻지 못했다. '햇볕'을 열심히 쪼였는데도 북은 외투를 벗기는커녕 알맹이만 빼먹고 악(惡)의 성을 더욱 견고히 쌓았다. 지난 10여년 동안 그들은 서해에서 무수한 도발을 일삼았고 더욱 열심히 핵을 개발했으며,3대 왕조권력세습,천안함 폭침에 이어 결국 연평도에 대한 직접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한마디로 햇볕정책은 오히려 북의 통치기반을 굳히는 데 거꾸로 이용당했고 한반도 안보 위협의 심각성만 더 키운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한쪽은 아직도 그 햇볕정책의 미망(迷妄)에 갇혀 평화를 구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대화를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게 좋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번 연평사태로 명백하게 확인된 것은 안보의 유일한 전제는 힘이라는 사실,우리 스스로의 힘이 떠받쳐주지 못하는 한 북을 돕기만 해서는 평화를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제 우리의 대북관계는 그들을 길들일 것이냐,아니면 협박에 굴복당해 길들여질 것이냐 하는 두 가지 관점만 존재하게 됐다. 당연히 굴복은 있을 수 없다. 우월한 힘이야말로 북한을 길들일 수 있는 열쇠이고 힘이 없으면 또 당한다. 그 평범한 진리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추창근 논설실장
우리 군의 연평 훈련 이후 아직은 조용하지만 살얼음판 같은 긴장이 흐르는 것은 여전하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북이 포탄을 쏴댈지 모른다. 분명해진 것은 연평도 공격을 넘어 이제는 상시적으로 핵공갈을 일삼고 있는 북은 우리에게 이미 현재화(顯在化)된 적이라는 사실이다. 눈앞에 적을 두고 평화를 얻는 길은 오직 한 가지 이길 수 있는 힘을 갖는 것뿐이다. 연평 사태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다.
햇볕정책 또한 결국 착각이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상황 인식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햇볕정책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며 "북한은 비정상 국가다. 그들에게 합리적 판단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방어적 연평 훈련을 부정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 회복이 절실하다"고 주장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대화는 서로 상식을 지키고 상호관계의 보편적 룰을 공유할 때 가능한 것이다. 합리성이 결여된 비정상 국가와 무슨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지난 노무현 정권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대북관과 햇볕정책 옹호론은 모순 그 자체다. 그는 "햇볕정책은 한반도 평화의 길이자 민주당이 계승 발전시켜야 할 대북 기조"라면서 북한에 대해선 "매우 치밀하고 전략적인 국가"라고 주장했다.
햇볕정책은 무엇인가. 잘사는 우리가 궁핍에 시달리는 북한을 도와 그들이 껴입은 외투를 벗기고 자연스레 그들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 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래서 지난 김대중 ·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많은 돈과 물자 식량 비료를 보냈다. 그간 북에 지원된 현금과 현물은 무려 40억달러를 웃돈다.
맹점은 그처럼 '치밀하고 전략적인 국가'에 우리는 의도하는 바가 너무도 뻔하고 순진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데 있다. 노림수가 내다보이는 얕은 전략은 상대의 역공(逆攻)을 불러올 위험성만 높일 뿐이다. 실패가 예정됐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달라는 대로 퍼주었지만 평화를 얻지 못했다. '햇볕'을 열심히 쪼였는데도 북은 외투를 벗기는커녕 알맹이만 빼먹고 악(惡)의 성을 더욱 견고히 쌓았다. 지난 10여년 동안 그들은 서해에서 무수한 도발을 일삼았고 더욱 열심히 핵을 개발했으며,3대 왕조권력세습,천안함 폭침에 이어 결국 연평도에 대한 직접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한마디로 햇볕정책은 오히려 북의 통치기반을 굳히는 데 거꾸로 이용당했고 한반도 안보 위협의 심각성만 더 키운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한쪽은 아직도 그 햇볕정책의 미망(迷妄)에 갇혀 평화를 구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대화를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게 좋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번 연평사태로 명백하게 확인된 것은 안보의 유일한 전제는 힘이라는 사실,우리 스스로의 힘이 떠받쳐주지 못하는 한 북을 돕기만 해서는 평화를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제 우리의 대북관계는 그들을 길들일 것이냐,아니면 협박에 굴복당해 길들여질 것이냐 하는 두 가지 관점만 존재하게 됐다. 당연히 굴복은 있을 수 없다. 우월한 힘이야말로 북한을 길들일 수 있는 열쇠이고 힘이 없으면 또 당한다. 그 평범한 진리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추창근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