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발표한 '자동차보험 개선 대책'의 핵심은 교통법규를 잘 지켜 장기 무사고 운전을 한 보험 가입자에게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늘리고 법규 위반자에 대해선 보험료 할증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할인 혜택은 크지 않은 반면 할증 대상은 크게 늘어나고 의료 · 정비 · 카드업계 등의 고통 분담 방안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대책'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사고-법규 위반자 보험료 차이 커져

내년 1월부터 장기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 할인 폭이 지금보다 10%포인트 늘어난다. 현재는 12년 동안 사고를 내지 않으면 최고 60%까지 보험료를 깎아주지만 앞으로는 13년 무사고 때부터 매년 1~3% 포인트 늘려 18년간 사고를 내지 않으면 7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12년 이상 무사고 운전으로 60% 할인 혜택을 받고 있는 보험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70%를 할인받는 가입자는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를 보험으로 처리할 때 운전자가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도 증가한다. 지금까지는 운전자가 자동차보험 계약 시 정한 일정 금액만 내면 나머지 사고처리 비용은 모두 보험사가 부담했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 운전자가 사고처리 비용의 20%를 부담하는 비례공제 방식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처리 비용으로 200만원이 나왔다면 지금은 대부분의 운전자가 5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됐지만 앞으론 자기부담금으로 40만원을 내야 한다. 성대규 금융위 보험과장은 "자기부담금 한도는 50만원을 원칙으로 하되 보험 상품에 따라 약간 증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는 무조건 보험료가 할증되고 교통법규 위반의 집계 기간은 과거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금융위는 사고 운전자의 자기부담금 증가로 인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 감소분을 비사고자의 혜택으로 돌리면 보험료를 4.0%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 교통법규 위반자의 보험료 할증이 늘어남에 따라 법규 준수자의 보험료는 1.9% 인하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보험금 누수 방지 위한 제도 마련

정부는 자동차 정비요금 공표제를 없애고 정비업체와 보험업계가 참여하는 '상생협력협의체'를 만들어 정비요금 결정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또 차주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 정비업체로부터 받은 수리비용 관련 견적서를 보험사에 의무적으로 제출해 과잉수리를 막을 방침이다. 차량 사고로 피해자가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현재는 보험사가 같은 종류의 차량을 빌려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외제차처럼 고가 희소 차량 사고 때에는 동급의 국산차를 빌려줄 수 있게 된다.

◆핵심 대책은 빠져

자동차 보험금 누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돼온 진료수가 일원화 문제는 보건복지부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는 건강보험 진료수가보다 15% 정도 높아 '나이롱 환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차량 수리 때 적용하는 정비요금 공표제를 없애는 방안도 국토해양부와 합의가 끝나지 않아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다. 정비요금 공표제는 자동차 정비 서비스별로 정부가 가격을 매겨 발표하는 것으로 정비업소의 과잉 수리를 초래하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