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5개월만에 경찰관 2명 처벌 이끌어내

부당한 단속을 당했다고 항의하는 시민을 체포해 유치장에 감금하고 조사 과정에서 허위진술까지 한 경찰관들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2007년 7월30일 오전 0시20분께 승용차를 몰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문래공원네거리를 지나던 배모씨는 영등포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강모 경사와 임모 경장(당시 순경)으로부터 차를 세우라는 지시를 받고 도로 옆에 정차했다.

두 경찰관은 배씨가 신호를 위반했다며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했으나 배씨는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면허증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자 두 경관은 배씨의 차 앞 유리창에 범칙금고지서를 꽂아둔 채 자리를 떴다.

부당한 단속을 당했다고 생각한 배씨는 순찰차를 따라갔고 이 과정에서 두 경찰관이 성매매집결지를 단속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

지구대에 도착한 배씨가 부당한 단속을 당했다고 따지며 강 경사 등이 성매매집결지를 단속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하자 강 경사는 배씨를 긴급체포해 영등포서로 넘겼다.

배씨는 이후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전 3시께 경찰서로 이송된 배씨는 날이 밝을 때까지 대기하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조사과정에서 강 경사와 임 경장은 허위진술을 서슴지 않았다.

임 경장은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하던 중 배씨가 갑자기 50여m를 후진해 쫓아갔더니 자신을 향해 차를 몰고 달려들어 이를 피하려다 넘어져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강 경사는 당일 오전 1시50분께 문래지구대에서 배씨를 체포해놓고도 신호단속 현장에서 임 경장이 넘어진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배씨를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배씨는 강 경사와 임 경장이 허위 진술을 했다고 항의했으나 영등포서는 그를 유치장에 감금하고 두 경관의 진술을 토대로 조서를 작성해 검찰에 넘겼다.

배씨는 유치장에 갇힌 지 약 9시간 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

서울 남부지검은 9월19일 배씨 사건을 기소유예 처분했으나 배씨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하거나 차라리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도록 자신을 기소해달라는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배씨는 결국 정식 재판을 받게 됐고 법정에서 두 경관의 직권남용과 위증 사실이 드러났다.

배씨는 차를 1m가량 움직였고 당시 임 경장은 배씨의 차에서 약 5m 떨어져 있었다.

법원은 현장에서 배씨를 체포했다는 강 경사의 진술도 거짓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와 상고를 했으나 배씨는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씨는 곧바로 두 사람을 직권남용과 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배씨와 두 경관을 조사하고 나서 배씨가 고소장을 제출한 지 11개월 만에 둘을 기소했다.

남부지법 형사9단독 박강준 판사는 이달 20일 강 경사에게 징역 8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 임 경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배씨가 신호위반 단속을 당한 지 약 3년5개월 만이었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범행은 국민의 인신과 관련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이 그 권한을 남용해 불법구금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위증까지 한 사안으로 엄하게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29일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배씨는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만들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경찰관이 마땅한 벌을 받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찰관이 공권력을 믿고 시민을 함부로 대하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 경찰관은 27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