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모두 끝나…"심리치료도 줄일 것"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로 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나영이(가명)가 외상 치유 수술을 모두 마치고 새해에는 평범한 소녀로서의 삶을 꿈꾸고 있다.

30일 가족과 의료진에 따르면 나영이는 지난 8월2일 배변주머니를 제거하고 장을 복원된 항문에 연결하는 최종 시술을 받았고,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여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올해 2학기 수업을 받았다.

나영이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외관상 정상인과 차이가 없다는 점이 큰 축복이다.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밝게 잘 이겨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몸 상태가 고르지 않은 탓에 학교 성적이 떨어져 이번 연말부터 열심히 공부한다고 한다. 각오가 기특해 문제집을 사줬다"고 말했다.

나영이 가족은 아이가 정신적 외상도 거의 다 나은 만큼 내년부터 상담을 제외한 심리치료를 점차 줄일 생각이다.

대신 배변 적응을 돕고자 세브란스 병원에서 정기 물리치료를 받게 한다고 했다.

주치의인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정신과)는 "정서적으로도 매우 밝아져 현재는 집중적인 정신과 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나영이는 여덟 살이던 2008년 12월 등교 도중 조두순(57)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며 항문과 대장 등의 기능이 상실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아동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나영이 부모는 아이가 심리적 안정을 되찾자 '더 자연스러운 삶을 주고 싶다'며 올해 1월 외상 치유 시술을 받도록 결정해 평생의 멍에가 될 수 있었던 배변 주머니를 떼는 데 성공했다.

몸과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가족 측은 과거 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나영이에게 불필요한 법정 증언을 강요하고 형사기록 열람ㆍ등사 신청을 막았다며 최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나영이 아버지는 "애초 가족과 아이가 받은 고통에 대해 당국이 사과를 제대로 했으면 소송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유사한 피해의 재발을 막고자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가해자인 조두순은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을 확정받고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