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파괴로 관심을 모았던 키움자산운용의 이른바 '통큰 펀드'가 초기 흥행에 실패하면서 '찻잔 속 미풍'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3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키움자산운용이 지난 20일 설정한 '키움선명e-인덱스펀드'의 판매액은 지난 28일 기준 5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중 키움증권 고유자산 51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판매액은 2억7800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출범한 새내기 자산운용사 키움자산운용은 업계 최저인 0.07%의 총 보수를 적용한 '키움선명e-인덱스펀드'를 5000억원 한도로 판매해 왔다.

실제 주식형 펀드 총보수 평균이 1.8%정도이고, 여타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인덱스펀드 인터넷 상품 수수료가 1%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키움자산운용의 0.07% 총 보수는 초저가에 해당한다.

국내 대표 온라인증권사인 키움증권의 자회사인 키움자산운용은 출범 전부터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구조인 온라인 판매 강점을 이용해 초저가보수를 장담해 왔다.

키움자산운용 관계자는 "온라인 상품이다보니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초기 홍보부족이 주원인인 만큼 홍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움자산운용의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 공세에 긴장하며 판매액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던 기존 자산운용사들은 예측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덱스펀드의 경우 초기 코스피200을 복제한 바스켓을 구성해야 하는 만큼 여기에 키움증권 고유자산 51억원이 유입된 것 같다"며 "이를 제외하고 일주일 동안 2억원을 판매했다는 것은 초기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수료 파괴를 내세운 키움운용의 마케팅 전략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 것은 이미 지적해온 온라인 마케팅의 한계 때문"이라며 "자산운용사로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지 않고 저가 수수료 미끼상품만 내세운다면 연착륙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움운용과 판매사인 키움증권 또한 초기 흥행 부진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키움운용이 초기 판매부진을 홍보 부족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키움증권은 인건비도 안나오는 수수료로는 더이상의 광고집행이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펀드 판매팀 관계자는 "키움운용 인덱스펀드의 경우 판매보수가 0.01%에 불과해 1억원을 팔아도 1년 판매보수가 1만원에 불과하다"며 "같은 계열사이긴 하지만 과거 '통큰 치킨' 처럼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에 적극적으로 광고를 집행하기는 쉽지않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