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왕겅성 중국엔진 대표 "내년 안에 소유와 경영 일치시킬 것"
코스닥 기업 중국엔진집단이 조만간 소유와 경영을 일치시킬 예정이다.

왕겅성 중국엔진 대표(59ㆍ사진)는 지난 28일 중국 푸젠성 진장시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경영진에 옮겨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왕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3~4명이 최소 33%의 지분을 최대주주인 천거웨이씨로부터 증여받기로 했다는 것.

최대주주 천궈웨이 씨는 보유지분이 65.5%에 달하지만 경영에 직접 관여하고 있지 않다. 반면 중국엔진 경영진은 단 한 주의 주식도 없이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모범적 사례가 될 법 한 이 회사는 그러나 중국 기업이어서 좋은 평가를 못받고 있다. 중국원양자원 대주주의 명의신탁 논란이 얼마전 불거진 이후 더욱 그렇다.

왕 대표는 "이미 법률적 검토를 끝마쳤다. 당장이라도 지분 이전은 가능하다"며 "한국 투자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시기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이어 "내년 안에는 지분 이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 것도 투자자금 확보와 함께 경영진의 지분 늘리기가 주된 목적이다. 중국엔진은 지난 23일 330억원 규모의 BW를 국내 6개 금융사를 상대로 발행했다. 왕 대표는 이 BW에 붙어 있는 워런트(신주인수권) 중 50% 가량을 직접 인수할 계획이다. 1년 이후에 이 워런트를 행사하면 그는 최대주주로부터 이전 받은 지분을 포함해 "20% 이상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지분 이전과 함께 중국엔진의 내년 주요 계획은 신공장 건설이다. 중국엔진의 사업 자회사 중 기어 부품을 제조하는 청다엔진은 현재 진장시 외곽 10만㎡(3만여평)의 부지에 제 1신공장을 짓고 있다. 당초 올해말 완공 예정이던 이 신공장은 집중호우와 태풍 탓에 공사일정이 늦춰졌다. 내년 2월, 늦어도 3월까지는 완공될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공장이 다 지어지면 청다엔진은 기존 연간 500만개 수준인 기어 부품의 생산능력을 두 배인 1000만개로 확대할 수 있다. 기존 공장의 설비가 더 늘어난 것까지 감안하면 이 수치는 내년에 1200만개에 달하게 된다.

왕 대표는 "기어 부품의 주문이 밀려들어와 새 공장이 다 지어지기도 전에 또 다른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면서 "두 번째 신공장은 이번에 발행한 BW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억위안(약 342억원)이 투입될 청다기어의 제 2 신공장은 연간 300만개의 기어 부품을 생산할 수 있게 설계됐다. 내년 9월 착공에 들어가 2012년 9월말 완공되면 중국엔진의 자동차 기어 부품 생산능력은 연간 1500만개까지 확대된다.

중국엔진의 사업 자회사 산리엔진 또한 증설을 계획중이다. 산리엔진은 오토바이와 제초기를 생산 중인데, 수익성이 좋은 제초기의 판매 확대를 꾀하는 중이다. 새 공장은 좌석식 대형 제초기 등을 만들 예정으로, 연간 2만대의 제초기 제조가 가능하게 계획됐다.

중국엔진은 향후 수익성이 높지 않은 오토바이의 비중은 낮추고 자동차 기어 부품과 제초기의 매출 비중은 높여 외형이 커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높은 수익성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엔진은 올해 매출 9억4200만위안(약 1610억원), 순이익 2억위안(약 342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추산중이다. 순이익률이 21.2%에 이른다. 이 수치는 2007년 12.5%, 2008년 14.8%, 2009년 16.4%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의 이익률이 10%를 넘으면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것을 감안할 때 중국엔진의 이익률은 놀라운 수준이다.

왕 대표는 "내년 실적은 매출액 11억5000만위안(약 1966억원), 영업이익 3억5000만위안(약 598억원), 순이익 2억7000만위안(약 461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경우 현재 7.5배 내외인 주가수익비율(PER)은 5.6배 수준으로 하락한다. 코스피시장 PER이 현재 10배를 상회하고 있으니 주가가 '너무 싸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지금과 같이 높은 성장률과 수익성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데, 우리는 최소한 앞으로 5년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하면서도 자동차와 같은 첨단 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큰 만큼,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어 부품 사업 역시 계속 성장할 것이란 얘기다.

향후 사업 리스크 요인을 꼽아 달라는 요구에 왕 대표는 "생산설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기술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또 근로자들의 급여 상승도 리스크 요인으로 들었다. 그는 특히 급여 인상과 관련, "임금은 계속 올라갈 게 뻔하지만 외형 성장과 이익 증가 속도가 더 빨라 크게 문제될 건 없다"며 "더구나 생산 원가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고 부연 설명했다.

왕 대표는 "한국 증시에 상장한 이후 왜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상장한 지 1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어느정도 이해가는 부분도 있다"며 "지분 이전을 비롯해 회사의 주요 계획들을 충분히 시장에 알리고 투명하게 경영할 것을 약속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푸젠성 진장(중국)=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