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달려 또 한 해를 마감하는 자리에 서 있다. 연말이면 언론 매체마다 '10대 뉴스'니 '키워드로 본 1년'이니 하는 기획 기사를 쏟아낸다. 독자 여러분의 뇌리에도 지난 한 해 동안 즐거웠던 일,안타까웠던 일이 교차할 것이다. 매일 마감시간과 싸워가며 독자들의 기억에 남을 뉴스와 제목을 찾고 전달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는 편집기자에게도 기쁨과 아쉬움,환호와 탄성이 엇갈렸던 2010년이 흘러간다.

지난 한 해 아쉬웠던 일 중 하나는 무상급식에 관한 논쟁이다. 엄밀히 말하면 '세금급식'이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무상급식이지만,사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급식을 시행하자는 주장이기에 그렇다.

국민의 부담은 쏙 빼놓고 '무상'이라는 표현만 앞세우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토론은 실종되고,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감정싸움만 펼쳐져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부자감세' 논란도 마찬가지다. 성숙한 사회라면 세금을 내려 거둘 수 있는 효과와 부작용을 따져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맞다. 하지만 '부자'라는 어휘 하나에 경제 논쟁이 아니라 좌 · 우파 논쟁으로 변질돼 버렸다.

'닭세권'이니 '얼리 어닭터'라는 신조어를 만든 대형마트의 치킨 판매 중단도 기억에 남는다. 대기업과 영세 상인의 싸움으로 몰아가는 감성 논리에 소비자의 편익은 뒤로 내쳐졌다. 결국 정치권의 말 한마디가 결정타가 돼 판매가 중단됐다.

슈퍼 슈퍼마켓(SSM) 도입을 둘러싼 갈등도 다를 게 없다. 누리꾼들의 '신상털기' 마녀사냥과 정책대결 대신 '막말' 대결을 일삼는 정치 뉴스도 올해를 얼룩지게 했다. 법치 대신 '떼법'이 판치는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새해에도 예측할 수 없는 많은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 대비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을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지나친 양분법과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보다 건강하고 '열린 사회'로 거듭났으면 한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길 독자 여러분과 함께 소망해 본다.

조남규 편집부 기자 jnk150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