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의 발견》은 사람들이 입으로 항상 외치면서도 실상 그 본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창의성에 대한 책이다. '누가,언제,무엇을,어디서,어떻게,왜'라는 육하원칙에 맞춰 질문에 답을 구하는 방식으로 쉽게 접근하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누가 창의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독자들의 선입견을 깨거나 막연하게 추정하던 것을 구체화시켜 준다. 저자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공통점으로 인지적인 능력이 뛰어나고 호기심이 있으며,독특함을 추구하는 성격을 갖고 있고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는 등 동기 부여가 확실하다고 말한다. 물론 국가와 시대에 따라 창의적 인재상도 변한다.
그렇다면 21세기형 '태극(한국적) 창의성'은 무엇일까. 저자는 과거 노벨상 수상자 100여명을 인터뷰한 연구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추출한 '조화'와 '균형'의 능력을 그 필수 요소로 꼽는다. 즉 혼자 보내는 시간을 잘 견디며 무언가에 집중하는 내향성과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남에게 설득할 수 있는 외향성,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확산적 사고와 무엇이 최고인지 걸러내는 수렴적 사고,상상력과 현실감각,남성성과 여성성,겸손과 자존감,전통과 혁신 등 서로 다른 성질을 조화시키고 통합하는 능력이다.
'창의성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는 개인과 평가자,평가된 산물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 '창의성의 세 박자 모델'이 등장한다. 좌우대칭이 완벽해야 한다는 식의 라파엘풍 화풍을 거스르고 조개껍데기 위에 막 태어난 아름다운 여인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낸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그림이 완성된 1485년으로부터 무려 500년이나 지나서야 한 영국인 비평가에 의해 제대로 평가받는다. 작가와 작품뿐만 아니라 평가자도 창의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때론 집단이나 사회 전체가 될 수도 있는 평가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온갖 창의적 선발 방식으로 똑똑한 인재를 뽑아놓고선 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때 "그게 되겠어"라고 무시해 버리는 기업이나 조직 문화에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인간의 성장 단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창의성의 결정기(언제),마인드맵이나 강제연결법처럼 내부의 창의성을 꺼내는 방법(어떻게) 등 창의성의 이모저모를 여러 학문적 연구 결과와 실험을 통해 설명한다. 무엇보다 창의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활발한 지적 활동과 개방적이고 포용력 있는 인성,좋아하는 일에 빠져드는 열정 등 여러 요소들의 복합체라는 점이 희망적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