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위상을 더해가고 있는 중국 기업의 임원들은 그동안 중증질환에 걸리면 미국이나 싱가포르로 치료받으러 나갔는데 이번에 그들을 한국으로 유치할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

현대메디스의 신중일 사장(사진)은 "최근 '중국기업가건강공정'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중국 직장인들이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물꼬를 텄다"며 "B2C로 이뤄지던 의료관광객 유치를 B2B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게 된 점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중국기업가건강공정은 중국의 전국기업가협회(경총) 48만개 회원사와 전국공상연합회(상공회의소) 200만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건강교육 신체검사 직업병예방 등을 시행하는 단체로 중국 위생부(보건복지부)가 직접 관리한다. 신 사장은 "이번 MOU를 통해 중국 직장인은 건강공정에서 지원하는 180만원에 자기 돈을 보태 약 300만원 상당의 VVIP급 건강검진을 국내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메디스는 한라그룹과 현대해상화재보험 현대백화점 등이 2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해 작년 6월 출범했다. 해외 11개국 20개 에이전시를 비롯해 국내 에이전시 및 의료기관을 합쳐 총 58개 기관과 네트워트를 구축했다. 올해 156명의 외국 환자를 유치한 공로로 지난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해외환자선도유치업체 인증과 장관표창을 동시에 받았다.

이 회사는 2년 연속 적자를 감수하면서 소규모 알선업체들이 할 수 없는 유치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우선 핀란드 국적항공사인 핀에어와 손잡고 마일리지를 연계한 의료관광상품을 처음 선보였으며,한라건설 아부다비 지사를 통해 중동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러시아 여성을 채용해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신 사장은 "카자흐스탄 의사들의 국내 의료기관 연수를 다섯 번이나 알선하고,국립암센터 암 양성자치료의 가격경쟁력(1인당 5000만~1억원)에 외국인들이 만족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새삼 깨달았다"며 "싱가포르의 의료관광이 래플즈병원의 샴 쌍둥이 분리수술로 유명해진 것처럼 우리나라도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 대대적인 홍보이벤트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은 분명 성장 가능성이 크고 고용을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유망 벤처사업"이라며 "국내외 네트워킹이 필요하고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규모 있는 기업들이 나서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