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열연강판 유통가격이 오른다. 제강사에서 유통업체들에 관행적으로 제공하던 할인폭을 이르면 내달부터 대폭 축소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내내 수요가 부진했던 열연강판 시장에서는 이달 하순 들어 가수요 바람이 불기도 했다.

30일 열연 코일센터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열연강판의 유통가격은 t당 85만~88만원 선으로 인상된다. 이달 초의 t당 82만~83만원 선에 비해 3.6~6% 오르는 것이다.

지난 9월만 해도 t당 87만원대에 팔리던 열연강판 가격이 이달 초 t당 8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은 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과 주상복합건물 등 대형 공사가 올 들어 잇따라 취소되면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선 수요부진이 계속되면서 이달 말엔 t당 80만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예상과는 달리 내달부터 열연가격이 반등하게 된 것은 유통업체가 물건을 대량구매할때 제강사들이 제공하던 할인폭을 대폭 축소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그동안 제강사가 유통업체에 제공하던 할인폭은 t당 약 10만원이었다. 열연 코일센터 관계자는 "내달부터 제강사 할인폭이 t당 5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며 "제강사들의 1분기 철강 가격은 동결됐지만 할인폭이 축소되면서 사실상 가격이 인상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제강사들이 할인폭을 축소하기로 한 것은 철강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코리아PDS에 따르면 중국 주요항에서 수입되는 철광석 현물가격은 7월 중순 t당 124달러로 저점을 기록한 뒤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 24일에는 7월보다 41.9% 오른 t당 176달러에 거래됐다. 호주시장에서 거래되는 강점탄(쇳물을 만들 때 필요한 유연탄의 50%를 차지하는 원료)의 이달 말 가격도 8월(t당 214달러)보다 14.9% 오른 t당 246달러를 기록했다.

전기로 제강사가 강판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주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도 올 들어 크게 올랐다. 올초 t당 37만원 수준이던 생철 가격(제강사 매입가 기준)은 이달 들어 t당 45만~5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공비만 겨우 남을 정도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열연 유통가격이 내달부터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시장에서는 가수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열연 코일센터 관계자는 "건설시장 비수기인 겨울에는 수요가 없는 게 정상인데 할인폭 축소 소문이 나돌면서 가격이 오르기 전에 비축해 놓으려는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며 "평소보다 수요가 10%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