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87%로 떠나는 룰라] 바첼레트 '칠레의 룰라' … 하토야마는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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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퇴임한 정상들의 명암
올해 물러난 각국 정치 지도자들의 명암은 엇갈렸다. 룰라 대통령처럼 80%를 넘는 지지율로 박수갈채를 받으며 물러난 지도자가 있는 반면 정책 실패로 불명예 퇴임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운명을 가른 건 포퓰리즘의 극복 여부였다.
룰라와 함께 아름다운 퇴장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인사는 지난 3월 칠레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미첼 바첼레트다. 2006년 남미에서 직접 선거로 첫 여성 대통령이 된 그는 퇴임 이틀 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84%의 지지율을 얻었다.
"퇴임 십여일 전 발생한 강진과 쓰나미로 흉흉해진 민심을 고려하면 경이로운 수치"(타임)다.
바첼레트 역시 룰라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아 칠레가 재정적자 없이 위기국면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평을 듣는다. 구리 수출로 번 돈을 서민층에 써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에 응하는 대신 국부펀드를 만들어 금융위기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반면 포퓰리즘적인 정책 때문에 불명예 퇴진한 정치 지도자들도 적지 않았다.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로 기대를 모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8개월 만에 중도 사퇴했다. 후텐마 공군기지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며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약속을 지키려니 옮길 곳이 없었다. 미국의 강력한 반발과 현지 주민들의 공약 이행 요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취임 때 70~80%에 달했던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했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았다 된서리를 맞았다. 호주 광산기업들에 40%의 세금을 부과해 국민 복지에 쓰겠다는 자원세 정책이 화근이었다. 재계는 물론 여론까지 등을 돌리며 지지율이 40%대로 추락,결국 자신이 이끌던 집권 노동당의 불신임으로 물러났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책 실패로 지난 5월 사퇴했다. 호르스트 쾰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임기 중간에 사임한 첫 번째 독일 대통령이 됐다. 독일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작전이 필요하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게 화근이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룰라와 함께 아름다운 퇴장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인사는 지난 3월 칠레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미첼 바첼레트다. 2006년 남미에서 직접 선거로 첫 여성 대통령이 된 그는 퇴임 이틀 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84%의 지지율을 얻었다.
"퇴임 십여일 전 발생한 강진과 쓰나미로 흉흉해진 민심을 고려하면 경이로운 수치"(타임)다.
바첼레트 역시 룰라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아 칠레가 재정적자 없이 위기국면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평을 듣는다. 구리 수출로 번 돈을 서민층에 써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에 응하는 대신 국부펀드를 만들어 금융위기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반면 포퓰리즘적인 정책 때문에 불명예 퇴진한 정치 지도자들도 적지 않았다.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로 기대를 모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8개월 만에 중도 사퇴했다. 후텐마 공군기지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며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약속을 지키려니 옮길 곳이 없었다. 미국의 강력한 반발과 현지 주민들의 공약 이행 요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취임 때 70~80%에 달했던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했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았다 된서리를 맞았다. 호주 광산기업들에 40%의 세금을 부과해 국민 복지에 쓰겠다는 자원세 정책이 화근이었다. 재계는 물론 여론까지 등을 돌리며 지지율이 40%대로 추락,결국 자신이 이끌던 집권 노동당의 불신임으로 물러났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책 실패로 지난 5월 사퇴했다. 호르스트 쾰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임기 중간에 사임한 첫 번째 독일 대통령이 됐다. 독일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작전이 필요하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게 화근이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