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20년 동안 매년 수많은 취재를 했지만,2010년만큼 카메라 셔터를 많이 눌렀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극(極)과 극을 오가는 사진뉴스도 허다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맹활약한 김연아 선수 등의 소식을 전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온 국민을 전율케 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뒤를 이었다. 2차 발사에 나섰던 나로호가 공중 폭발을 일으키면서 우주 시대를 열려던 꿈도 무산됐다.

하반기엔 사진기자들을 더욱 바쁘게 하는 사건들이 잇따랐다. 먼저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수개월 전부터 사진기자들은 회의의 준비과정을 지면에 반영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취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동행 취재할 때마다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국격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G20 서울 정상회의 성공을 만끽하기도 전에 온 나라를 충격과 경악 속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인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3월의 천안함 침몰보다 더 큰 충격이 우리 사회를 전율케 했다. 연평도 현지 취재를 위해 배를 탔던 기자들은 전쟁의 기운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길게는 1주일 이상 머물며 취재한 기자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겪은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4대강 공사 등 온갖 정쟁에 휘말린 국회의 날선 대치극과 막장 드라마를 뺨치는 정치인들의 폭력 활극을 카메라에 담아야 할 때는 서글픔과 착잡함을 떨치기 힘들었다.

하루만 지나면 새해가 밝아온다. 아직도 연평도 사건의 긴장감이 여전하지만,묵묵히 일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취재하다 보면 새해엔 우울한 기사보다는 밝은 웃음을 주는 사진들이 지면을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하루는 내년 무역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어떤 사진을 취재할 것인지 고민하고,새 사업을 준비 중인 기업들과 새로운 희망을 세우는 독자들의 모습을 어떻게 멋지게 담을 것인지 생각해야겠다.

김병언 영상정보부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