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장들은 내년에는 '4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치열한 영업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각 은행장들은 일제히 우량자산 위주로 영업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 기회를 적극 모색하는 등 성장과 내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국민 · 이종휘 우리 · 서진원 신한 ·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30일 한국경제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내년 경영 전략을 제시했다.

◆우량 자산 위주로 영업 강화

4대 은행장들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은행권의 '신 빅4 시대'가 열리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외환은행을 전격 인수키로 함에 따라 내년 금융권은 4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며 "선두권 경쟁을 위한 조직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영업력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과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영업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도 "대형 은행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영업 드라이브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돼 현장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안정적인 자산 성장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우량자산 중심의 건실한 영업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시니어 · 여성 고객을 위한 비즈니스모델 구축과 녹색금융 시장에서의 성장 모멘텀 확보 등 정체된 시장 환경을 극복하는 데 역량을 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영토 확장에 본격 나설 것

4대 은행장들은 국내 금융시장이 성숙 단계를 지나 과열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에는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우리은행은 내년 상반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점을 개설하고 하반기에는 인도 첸나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키로 했다.

하나은행은 베트남 호찌민 · 인도 뉴델리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홍콩-베이징-칭다오-선양-창춘-하얼빈을 연결하는 중국 금융벨트 구축을 완료해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김정태 행장은 "해외 영업 자산 비중을 현재 5.4%에서 내년에는 최대 20%까지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현지법인이 설립돼 있는 중국 베트남 일본 등에는 지점을 추가로 세우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현지은행 인수를 추진할 방침이다.

◆자산 건전성 관리에도 힘쓰겠다

4대 은행장들은 내년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 자산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 행장은 "올해 실적 부진은 조선 · 건설업종에서의 과도한 충당금 부담에서 비롯됐다"며 "내년에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활동을 강화해 충당금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내년부터는 과거 '긴축경영'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건전성 중심의 '정상경영'으로 전환해 당기순이익을 올해보다 50%가량 늘리겠다"고 밝혔다. 서 행장은 "은행 산업의 성숙도와 건전성을 고려해 내년 총자산 성장 목표를 5%대로 잡았다"며 "당기순이익은 올해 수준 또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중소기업 리스크 증가 등을 감안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정재형/이태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