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하늘을 무대로 한 빛의 잔치,옐로나이프 오로라의 시작은 미미하다. 밤하늘 한쪽에서 작고 하얗게 타오른다.

성냥알에 붙은 불꽃이 막 일어날 때의 모습 같다. 곧이어 연기 같은 빛덩어리가 살아 일어난다.

가느다란 빛덩어리는 폭을 넓히며 꿈틀꿈틀 하늘 중앙으로 타오른다. 한번 시작된 오로라는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나가 스러지면 다른 쪽에서 또 하나가 타오른다. 동시에 서너 개가 출현해 한몸으로 엉키기도 한다.

맑은 날의 봉화처럼 곧게 타오르며,재주를 부리는 듯 휘감아 돌기도 한다. 커튼처럼 옆으로 길게 누워 흔들릴 때는 천상의 음악소리도 함께하는 것 같다. 흰색 오로라가 대부분인데 연록색,붉은색 오로라가 등장하기도 한다.

오로라의 비밀은 태양풍에 있다. 태양은 양성자와 전자 등으로 이루어진 플라즈마를 내뿜는다. 이 플라즈마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양 극지대로 진입하면서 대기 중 산소,질소 입자에 부딪히며 발광한다. 그게 오로라다. 1621년 프랑스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가 로마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오로라의 이름을 따 명명했다. 오로라는 북극을 중심으로 한 오로라환상대(북위 60~80도)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캐나다 노스웨스트준주의 옐로나이프가 오로라 관찰 최적지로 꼽힌다. 북위 62도27초,오로라환상대 바로 아래에 있다.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를 관찰할 수 있는 최적기는 1~3월.구름이 없는 맑은 날이 50%를 넘는다.

사흘을 머물면 95% 이상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오로라를 '신의 영혼'이라 부르며 신성하게 여긴다. 오로라가 출현하는 날에 신혼부부가 첫날 밤을 보내면 천재아이를 낳는다는 얘기도 전한다.

옐로나이프라는 이름은 1700년대 이주해 온 옐로나이프 덴이란 인디언 부족에서 유래됐다. 오로라 관찰은 물론 독특한 겨울 놀이 체험으로도 유명하다.

이름하여 '그레이트 캐나디안 익스피리언스'. 옐로나이프 시내 외곽의 얼어붙은 호수가 주 무대다.

우선 개썰매.알래스칸 허스키가 끄는 썰매에 2~6명이 누워 신나게 달린다. 개를 다루는 기술을 익혀 직접 개썰매를 몰아 볼 수도 있다. 스노모빌도 준비돼 있다. 눈길 걷기도 새롭다. 원주민 전통 스노슈즈를 신고 즐긴다. 우리나라 산골마을에서 하는 설피 체험과 비슷하다.

눈길 걷기가 끝나면 얼음낚시가 기다린다. 얼음 구멍으로 낚시채비를 내린 다음 깃발을 눕혀놓는다. 물고기가 물면 깃발이 세워진다.

눈썰매장도 있다. 눈을 다져서 만들었다. 썰매는 물개가죽이다. 배를 대고 탄다. 스피드가 유격훈련의 레펠강하 때 느낌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팁

한국에서 옐로나이프행 직항편은 없다. 겨울 성수기엔 밴쿠버에서 국내선을 타고 옐로나이프로 이동한다.

겨울 성수기 외에는 밴쿠버에서 에드먼튼을 경유해 옐로나이프로 들어간다.

인천공항에서 밴쿠버까지 10시간,밴쿠버에서 옐로나이프까지 3시간 반 걸린다.

옐로나이프 오로라빌리지의 한국 사무소를 맡고 있는 파로스트레블아티팩스(02-737-3773)가 오로라 체험 상품을 판매한다.

'오로라 체험 6일'(249만원부터),'오로라와 로키(재스퍼·에드먼튼) 윈터레일 8일'(279만원부터)등의 상품이 있다. 유콘준주의 화이트홀스도 오로라를 관찰하기 좋다.

에어캐나다가 밴쿠버~화이트홀스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밴쿠버에서 화이트홀스까지는 2시간30분 소요된다. 캐나다관광청(02)733-7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