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년 예산안이 30일 새벽 겨우 처리됐지만 시장의 집행권과 의회의 심의권 대립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동의 없이 증액 · 신설한 예산(75건 3708억원)이 논쟁의 대상이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법 127조 3항을 근거로 서울시의회 민주당의 예산 증액 · 신설을 비판하고 있다. 이 조항은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 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회의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신해 출석한 권영규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이 규정을 들어 "예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도 일방적인 증액이 불법이라는 점은 인정하는 편이다. 오승록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무상급식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예산을 집행하고 안 하고는 시장의 권한이며 집행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이 강제할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장의 집행권을 강조하고 있다. 신설 예산 가운데 무상급식(0원→695억원)만큼은 집행권을 행사해 막겠다는 입장이다. 학교시설 개선비(64억원→312억원),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지원비(759억원→959억원)처럼 일부 증액된 복지사업에 대해서는 집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업 내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반면 시의회는 심의권을 들어 주요 사업에 대해 예산 삭감 권한이 있다고 맞선다. 집행부(서울시)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삭감된 서해뱃길,한강예술섬,어르신행복타운 등의 사업을 추진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양측은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다. 서울시는 시의회가 재의결한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곧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교육감 권한인 학교급식 업무를 시장에게 강제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