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새해를 맞는 주요 기업 총수들의 마음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세계 각지에서 시장 지배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는 것은 호재다.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세계 경기가 무난한 회복곡선을 그릴 경우 지난해 못지않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원자재가격과 환율 금리 등 거시 경제지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유럽 등 일부 시장이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 같은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미래 먹을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 총수들의 최대 고민거리다.

지난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올해는 신사업 실행의 해다. 이 회장은 경영복귀 직후 사장단 회의를 갖고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발광다이오드),바이오제약,의료기기 등 5대 신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이뤄진 조직개편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삼성 특유의 '스피드 경영'이 되살아 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미래전략실이 최근 계열사에 배포한 2010년 10대 중점과제를 보면 삼성의 올해 행보를 짐작할 수 있다. 삼성이 꼽은 첫번째 과제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별적 경쟁 역량 강화'다. 수십년간 취해온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벗어난 것으로 제품뿐 아니라 기술,인재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0대 중점과제에는 △신기술,특허 등 기술 리더십 확보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브랜드 파워 강화 △콘텐츠,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역량 확충 △상시적 리스크 관리체계 확립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2010년은 감회가 남다른 해였다. 우선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해 사상 최대인 570만대를 판매했다. 질적인 성숙도 이뤘다. 아반떼가 미국 잔존가치 평가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품질과 브랜드 파워 면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신사업을 위한 기틀도 갖췄다. 선대회장 시절부터 33년 동안 이어진 그룹의 숙원사업인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고로 화입식과 준공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정 회장은 올해를 '주마가편'의 해로 삼을 생각이다. 자동차 부문의 목표는 글로벌 기준 650만대 생산과 판매다. 2012년 글로벌 생산능력 700만대 확보를 위한 토대도 다질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러시아공장을 준공했으며 최근 베이징현대 제3공장을 착공했다. 올해는 브라질 공장 착공이 예정돼 있다. 그룹 관계자는 "기준 품질 경영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양적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새해 모토는 '통큰 투자와 담대한 구상'이다. 올 한 해 동안 향후 LG를 먹여살릴 신사업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의미다.

LG는 최근 전자,디스플레이,화학,통신 등 주요 계열사별로 총 21조원을 투자하는 새해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보다 11.7% 투자액을 늘린 것으로 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그룹 관계자는 "내년 투자 확대 계획은 이달 초까지 진행된 주요 계열사들과 컨센서스 미팅(CM)에서 구본무 회장이 강조한 '글로벌 마켓 리더'로의 도약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목표도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156조원으로 잡았다. 구 회장이 처음 취임했던 1995년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최태원 SK 회장의 화두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이다.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를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의미다. 그룹 매출을 150조원,200조원으로 확대하기 위한 미래 먹을거리 발굴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SK는 새로운 에너지자원 확보(energy),스마트환경 구축(environment),산업혁신 기술개발(enabler) 등 '3E'를 핵심 신규사업 분야로 정하고 이들 사업에 집중 투자키로 했다.

G&G(Global & Growth)추진단의 활약상도 올 한 해 관심거리다. 이 조직은 계열사 간 신성장사업 추진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해외 사업의 핵심은 중국이다. 지난 7월 공식 출범한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는 에너지,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