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릴레이 인터뷰] (1) 아이켄그린 "위안화 절상 빨라져 새해엔 글로벌 통화전쟁 누그러진다"
올해 주목해야 할 세계 경제의 3대 지역은 단연 유럽 미국 중국이다. 배리 아이켄그린 미 UC버클리 교수는 "유럽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그리스에서 시작된 위기가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실업률은 2015년이 되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과열성장 대응이 너무 느렸지만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통화전쟁의 강도는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UC버클리 교수실에서 그를 만나 세 지역의 리스크 요인과 해법을 들어봤다.

▼미국 경기를 둔화시킬 요인은 무엇입니까.

"주택시장과 고용시장 회복이 취약합니다. 소비자들은 높은 실업률과 주택시장 부진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어요.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금융위기 여파로 소비자들의 연금펀드가 손실을 봤고 빚도 줄였습니다. 소비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와 의회의 전 계층 감세 연장 결정을 과대평가해 올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어요. 저는 감세정책이 얼마나 수요(소비)를 진작시킬지 확신할 수 없다고 봐요. 부유층에 대한 감세 연장 혜택은 오히려 중기적으로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적자 증가 우려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은 안 올지 모르지만 이런 요인들은 경기 둔화 리스크이지요. "

▼주택시장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말씀이신데요.

"정상적인 주택시장이라면 팔리지 않고 있는 주택 재고가 6개월치 정도여야 합니다. 지금은 10~12개월 정도 쌓여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재고가 해소된 후 주택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고용시장의 불안요인을 꼽는다면.

"기업들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개혁정책 불확실성을 우려합니다. 금융과 의료보험 개혁 정책에 대해 불안해 합니다. (하원의 다수당이 된) 공화당이 금융감독개혁법을 대폭 수정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벼르고 있고,연방법원은 의료보험개혁법 내용에 어떤 판결을 내릴지 불확실합니다. "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연평균 2.5% 이상 성장해야 실업률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2.5% 성장은 현 상태(2010년 11월 현재 9.8%)로 실업률을 묶어 두는 정도지요. 1년에 실업률을 1%포인트 낮추려면 추가로 (최소한) 2% 성장은 해야 한다는 게 '오쿤의 법칙(Okun's Law)'입니다. 이를 적용하면 4.5%는 성장해야 합니다. 의회예산국은 2015년께 가서야 실업률이 위기 이전 수준인 5%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

▼FRB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질 전망인데요.

"올해 말까지 제로금리 기조를 바꿀 것 같지 않습니다. FRB는 오는 6월 말까지 600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는 2차 양적완화를 지속하겠지만 더 이상 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감세 연장으로 그렇게 할 압력이 줄어들었어요. 실업률이 9%대이고 인플레이션 요인도 없습니다. 다만 FRB는 연방정부의 막대한 부채이자 부담을 줄이도록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재정적자 문제를 미국의 시한폭탄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어떻게 시한폭탄을 해체할 것인지가 관건인데요. 경기 회복기에 세금 인상은 맞지 않지만 앞으로 미국은 세금 인상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대선기간에 세금 인상 얘기를 꺼낼 수는 없겠지요. 2012년 대선이 끝난 뒤 관련 논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인프라 개선과 교육 투자를 위해서라도 세금 인상 논의가 적절한 때에 이뤄져야 합니다. "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위기가 확산 일로인데요.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까지 번질 수 있어요. 더블딥 침체로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은행 부문을 먼저 치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의 부채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은행들도 대규모 부채를 안고 있습니다. "

▼과도한 국가부채에 따른 재정위기가 아닙니까.

"아일랜드는 모든 부채가 문제이고, 포르투갈은 기업 부채가 문제입니다. 그러나 유럽위기의 근본적인 뿌리는 은행 부채 문제이지요. 아일랜드의 국가부채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된 것은 경기침체 탓이었습니다. 이는 은행들의 과도한 부채 문제를 초래했지요. 아일랜드 정부는 은행들의 부채 상환 의무를 떠안았습니다. 아일랜드와 유사한 위기가 스페인에 닥칠 수 있어요. 대다수 사람들은 유럽 위기가 과다한 정부 지출에 따른 재정위기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데,아닙니다. 그리스 위기도 그렇지만 다른 국가들도 은행들의 과도한 부채가 문제입니다. "

▼유로화체제가 위기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유로화 단일통화 체제를 되돌릴 수는 없어요. 아일랜드가 유로존을 깨고 나간다면 더 큰 금융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국가부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유로화를 버리는 것 가운데,제 생각에는 첫 번째가 가능하지 두 번째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봐요. 그리스가 옛 자국 통화인 드라크마를 재도입한다고 가정합시다. 의회에서 관련 법을 통과시켜야겠지요. 그리스 국민들은 유로화에 대해 드라크마가 절하될 것이라고 여기고 예금을 인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은행으로 옮길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그리스 국채를 팔아치우고 대신 독일 국채를 매입하게 될 것입니다. 유로화를 포기하더라도 금융위기를 맞지 않을 유일한 국가가 독일입니다. 하지만 독일도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다른 유럽 국가들의 통화에 대해 마르크화가 가파르게 절상될 것이고,이는 독일의 수출 경쟁력 악화를 의미합니다. 독일 수출기업들이 유로화 체제를 선호하는 주된 이유지요. "

▼중국 정부의 최근 경제정책은 어떻습니까.

"방향은 옳지만 금리 인상과 은행들의 지급준비율 인상에 너무 오래 뜸을 들였습니다. 이 때문에 인플레 문제가 생겼어요.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 절상도 마찬가지여서 내수와 수출 간 불균형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

▼왜 그렇게 늦었다고 보시나요.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성장 속도를 늦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에 자발적인 긴축정책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강제적으로 제동이 걸리기 전까지 모든 국가들은 급속한 성장을 원합니다. 두 번째는 중국의 현 정권이 수출기업에 호의적이라는 것이지요. 수출기업들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불붙은 통화전쟁이 격화될까요.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았을까요.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예고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 예상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적다고 봐요. 감세 연장 정책으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많은 데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성장률을 높게 잡은 점 등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통화전쟁의 한 요인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위안화도 유로화에 대해 절상될 전망입니다. 유럽 역시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에 화가 나 있습니다. 통화전쟁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겠지만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

▼미국이 중국을 효과적으로 다룰 방안이 있다면.

"조용한 외교가 해법이라고 봅니다. 위안화 문제로 중국을 때리거나 북한에 강경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중국을 비난하는 일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비난 강도를 높일수록 중국 정부는 체면이 손상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의 반발 강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지난해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위안화 문제와 관련,신중하게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게 올해 빛을 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저는 중국이 위안화를 더 빠른 속도로 절상할 것이라고 예상해요. 중국으로서도 위안화 절상이 인플레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미국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계속 지정하지 않길 바라고,이런 점이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 속도를 빠르게 할 것이라고 봅니다. "

버클리(미국)=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