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 유통업계에 30~40대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이 매력적인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차도남은 안정적인 경제력과 까다로운 취향을 지니고 자신을 가꾸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남성들을 말한다.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고감도 패션 브랜드,명품 잡화 및 시계 등을 선호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남자 주인공 현빈이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패션업체들도 이들을 겨냥해 차별화한 컨셉트의 남성복 브랜드와 고급 이미지의 토털 편집숍을 선보이고 있으며,백화점도 이들이 선호하는 명품 액세서리와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놓은 쇼핑 공간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 '큰손'으로 떠오른 '로엘족'

한국패션협회는 '2011년 패션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멋을 추구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남성복 시장이 국내 패션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백화점은 차도남을 '로엘족'(life of open-mind,entertainment and luxury)으로 정의하고 '큰손' 고객으로 지목했다.

지난 1년간 롯데백화점의 남성 고객 매출은 전년보다 34% 성장했다. 여성 고객의 매출 신장률보다 3~4%포인트 높았다. 2007년 롯데 에비뉴엘에 문을 연 남성 명품잡화 멀티숍 '슈와다담'은 영국 명품 던힐부터 130년 전통의 영국 수제화 크로켓앤드존스,시가 용품 다비도프 등으로 구성해 연 평균 20%대의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지난 10월 말 입점한 이탈리아 명품 만년필 브랜드 '몬테그라파'는 명품 필기구를 찾는 남성 수요가 몰려 한 달 평균 매출이 2000만원을 넘었다.

◆고급 취향,고감도 브랜드 선호

기존 남성복 업체들도 백화점처럼 직접 토털 코디네이션이 가능한 편집매장(여러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놓은 형태의 매장)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구매력 있는 '차도남 잡기'에 나섰다.

LG패션은 이번 가을 · 겨울 시즌부터 현대백화점 본점과 함께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편집숍 '리비에라'를 열고,브로이어 루비암 헤르노 등 토털 코디를 할 수 있는 국내외 고급 남성 브랜드를 소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매장 컨셉트를 앞세워 월 평균 1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새해부터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오롱FnC에서 운영하는 편집숍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캐주얼 스타일을 지향하는 편집숍 브랜드로 히스토릭리서치 스카치앤소다 등을 선보이고 있다. 1년 동안 29개 매장에서 16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40% 신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들을 겨냥해 다양한 패션정보가 담긴 '매가록(매거진+카달로그)' 등을 발행하면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가고 있다"며 "새해에는 31개 매장에서 2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최근 럭셔리 남성의류 편집매장 '맨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슈트가 150만~400만원,재킷이 150만~200만원으로 고가이지만 남성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80만원대 패딩의류,70만원대 니트의류 등 일부 제품은 개점 2주 만에 품절 사태를 빚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도 최근 최고급 남성 명품 브랜드만 모아 놓은 직영 셀렉트숍 '지.스트리트 494옴므'를 열어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 잠실점에 지난 8월 문을 연 이탈리아 직수입 남성 토털 편집숍 '팝에디션'도 월 평균 매출이 목표치보다 130% 이상 많았다. 상반기엔 소공동 본점에 2호점을 열 계획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