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연휴를 앞두고 슬그머니 악재성 공시를 내는 '올빼미 공시'가 이번 연말에도 어김없이 쏟아졌다. 올빼미 공시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급계약 해지,대규모 채무보증 등을 의도적으로 연휴 직전에 공시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거래소 폐장일인 지난 30일 장 마감 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단일판매 · 공급계약 변경 공시가 25건이나 나왔다. 대부분 연말에 완료됐어야 하는 계약들이 당사자들의 사정에 따라 3개월에서 1년까지 기한이 연장됐다는 내용이다. 해당 기업은 그만큼 올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스테이션은 2008년 맺은 300억원 규모의 휴대용멀티플레이어(PMP) 공급계약의 실제 실적은 50억원에 그쳤다고 공시했다. 매출이 기대치의 6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인터넷 증권 사이트에는 어김없이 비판적인 글들이 등장했다. 한 개인투자자(ID 레더스)는 "실적이 연말로 갈수록 점점 나빠지는데 역시나 수많은 공급계약 공시가 이행이 안 됐을 것"이라며 "작년에 이어 비슷한 사례가 반복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뻔하다"고 비난했다.

마이크로로봇은 3건(총 22억원)의 로봇 관련 부품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공시 번복 · 변경에 따라 두 회사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30일에는 그랜드백화점의 그랜드홀딩스 채무 500억원(회사 자본금의 20.3% 규모) 보증 공시 등 총 13건의 채무보증 공시도 등장했다. 31일에도 3건의 공급계약 만기 변경 공시와 1건의 채무보증 공시가 나왔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