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다. 21세기의 첫 10년을 지나 새로운 10년을 여는 아침,우리의 각오와 다짐은 여느 해와 다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힘겹게 회복한 우리 경제도 새 출발점에 섰다. 선진국 도약이라는 더 높은 고지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떼야 한다.

지난 10년 우리는 시련과 위기를 이겨내고 세계의 중심국가로 올라섰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히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2008년 몰아친 글로벌 금융위기에 발목잡혀 2009년 성장률이 0.2%로 추락하기도 우리는 다시 일어섰다. 지난해 6.1%의 성장률과 세계 7위의 수출대국 달성이 그 성과다. 신흥국으로는 처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주도함으로써 나라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다시 불확실성 증대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될 조짐이고 유럽 재정위기의 재연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오는 2012년 우리는 대통령 선거과 총선을 치러야 하고,중국 미국 러시아도 정권교체기를 맞는다. 북한의 3대 권력세습 이후 한반도 정세가 요동을 칠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정부 · 기업 · 국민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앞으로 10년,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에 진입하고 나아가 통일의 경제 · 사회적 기틀을 굳히는데 역량을 모야야 한다. 2011년은 그런 목표를 향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 경제가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의 개혁과 선진화를 이뤄내는 일이다. 무역의존도가 85%를 넘는 지금의 우리 경제구조는 조그만 대외 충격에도 쉽게 흔들릴 정도로 취약하다. 부가가치가 높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금융 의료 교육 문화 관광등 서비스산업의 획기적 발전과 내수 확대가 핵심 과제다.

거미줄같은 규제를 풀어 도전적 기업가 정신을 부추기고,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며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 속도를 높여야 그러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미 G2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일본은 물론 여타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둘러 해외 경제영토를 더욱 넓혀가야 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첩경이기도 하다.

지속 성장을 위협하는 또다른 걸림돌인 저출산 · 고령화,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에 대처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과 실효성있는 실천계획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께부터 줄고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경제 활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보면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경제 순항(順航)의 발목을 잡을 복병이 널려있어 걱정부터 앞선다. 소득 4만달러의 고지를 향해 모든 국민이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하는 이 시점에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국민의 응집력을 약화시킬 장애물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첫째,보편적 복지를 앞세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확산을 무엇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초 · 중 · 고교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의 층돌은,앞으로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공약이 남발될 것임을 예고한다. 재정건전성을 도외시한 채 보편적 복지만을 주장하는 것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그래서는 결코 선진국으로 갈 수 없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성공한 나라도 없다.

둘째,사회 갈등의 확산이다. 이 또한 대부분 정치권의 당리당략적 행태에 기인한다. 지난해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에서 보듯,국가적 현안과 주요 국책사업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의 증폭은 정상적인 국정운영 마저 어렵게할 정도였다. 정치 사회적 갈등구조는 경제 불확실성을 높여서는 성장잠재력만 갉아 먹고 지속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셋째,우리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북한 리스크'다. 북한은 지난해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위협과 도발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무모한 도발을 생각지 못하도록 국민의 안보의식을 강화하고 군의 대응태세를 철저히 하는게 절실하다. 확고한 안보가 전제되지 않고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최강의 안보는 국민의 하나된 단합과 결속된 힘에서 나온다는 점을 되새기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반세기만에 아무런 자본과 자원 · 기술도 없던 최빈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일궈낸 의지와 열정,역동성을 갖고 있다. 우리 국민의 그 잠재력을 다시 이끌어 낸다면 10년 안에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늘 우리는 그런 각오를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