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녹색ㆍ모바일ㆍ융복합 산업 떠올라

2010년대 세계 경제 구도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불확실성의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주력 산업에 나타날 변화가 주목된다. 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력 산업의 카오스(혼돈) 시대'를 거쳤지만,증강현실 시대를 가져다 준 모바일과 함께 녹색산업,융ㆍ복합산업 등이 확실한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이 '알파라이징(alpharising) 산업'이다. 현존하는 업종과 완전히 다른 분야라는 점에서 '알파'가,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이 붙었다.


2. 환율ㆍ영토ㆍ통상마찰…불확실 심화

'총성 없는 환율전쟁'이 본격화되면서 환율과 금리 외에도 금 등 상품가격,국제 간 자금 흐름 등 글로벌 시장의 거의 모든 분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환율전쟁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질 뿐만 아니라 영토 분쟁,통상마찰 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국이 수출 진흥을 내세워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고,그 피해를 고스란히 경쟁국에 전가시키는 '근린 궁핍화 정책'을 노골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이에 맞서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한다면 통화마찰이 불가피해진다. 중심국이 통화를 평가절하할수록 그 피해는 커지고 기간도 오래 간다. 최근의 환율전쟁은 미국이 포문을 연 만큼 그 여파는 2010년대 내내 지속될 공산이 크다.


3. 남아공ㆍ터키 등 '이머징 파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일극(一極)의 '팍스 아메리카' 시대는 확실하게 막을 내리고 있다.

당분간은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차이메리카(Chimericaㆍ미국과 중국의 세계질서 공동 주도)' 시대가 지속되겠지만,새로운 신흥국들의 도약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빠르게 뒤쫓는 나라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경제 성장 속도에서 BRICs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지만 간과됐던 나라,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개척 국가들이 주목해야 할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뉴이머징 파워'로 빠르게 떠오를 전망이다.

예측기관들은 2010년대에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 국가로 카타르 가나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우즈베키스탄 등 광물자원 수출대국을 꼽고 있다.


4. 안정 투자 중시 '시겔형 전략' 주목

2010년대 글로벌 증권시장의 앞날을 내다보는 견해는 제각각이다. 정보의 양과 질 면에서 증시 참여자 가운데 불리한 투자자들은 최근 월가에서 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제러미 시겔의 방식대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시겔형 전략이란 경기와 증시 전망에 따른 인기주,주도주와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말한다. 저축처럼 장기투자나 간접투자 방식의 주식 거래를 권하는 시대에는 10년 뒤에 돈이 되고 20년 뒤에는 노후 대비가 되고,30년 뒤에는 자녀에게 상속이 가능한 이른바 '명품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5. 비주얼 시대…경영자도 '身言書判'

2010년대에는 '기업들이 글로 쓴 언어에 작별을 고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동영상 시대'가 본격 막을 올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동영상 시대의 생존'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기업들에서는 유능한 경영자상이 신언서판(身言書判),즉 잘생기고 말 잘하는 사람으로 바뀔 전망이다.

2010년대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전략과 사업계획에 나타난 가장 큰 화두는 융ㆍ복합이다.

유ㆍ무선 통합에 이어 통신과 금융,자동차와 신소재 등 이종 산업 간 새로운 결합이 더 확산되고 있다. 계열사ㆍ동종산업ㆍ이업종 간의 전통적인 경계선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하나의 지주회사가 모든 것을 통제해 나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6. 네트워크로 연결된 '소셜 연방'

세계인의 생활에 인터넷과 모바일이 현실공간으로 정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와 전자화폐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시대정신으로 자리잡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또는 소득계층 간의 차별화 현상(nifty-fifty)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와 '스마팅(SMART-ing)' 경쟁력이 위기 이후 새로운 경쟁력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세계인의 생활은 '소셜 연방'이 현실공간으로 빠르게 정착하고 모바일 오피스,원격근무 등 스마트 워크와 이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등과 같은 인프라 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인의 생활 속에 나타나는 이 같은 혁명적인 변화는 새해에는 그 정도가 더 심화되고,보다 많은 분야로 확산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른바 '가상현실'과 '실제현실' 간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시대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7. 빈곤층 40억…'넥스트 마켓' 뜬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BOP(base of the economic pyramid) 관련 산업이 본격 주목받기 시작했다. BOP 계층은 세계 인구의 약 72%인 40억명에 이르고,시장 규모도 약 5조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이 시장이 커지고 있다. BOP 계층은 2010년대 중간소득 계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넥스트 볼륨 존(next volume zone)''넥스트 마켓(next market)'으로 불리며,글로벌 기업일수록 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