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골프에도 적용된다. 골프는 역학이나 충돌 저항 스핀 궤도 등의 용어에서 보듯 물리학과 관련이 깊은 스포츠다. 스윙의 원리,골프의 이치를 알면 3~5타를 줄일 수 있다. 영국 사우스햄튼대에서 음향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조영재 세계골프지도자연맹 영국지부 회원이 한국경제 독자들을 위해 '조영재의 골프 물리학'을 연재한다.

골프를 잘 치려면 배운 것을 열심히 연습해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작정 연습한다고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1년 안에 '보기 플레이'를 못하면 10년이 걸리고,3년 안에 '싱글 핸디캐퍼'가 되지 못하면 평생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집중력이 실력 향상의 지름길이다. 여기에 과학적인 이해를 곁들이면 최고의 무기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구력 8년의 김 사장은 착실한 보기 플레이어다. 내기를 해도 따는 편이지 잃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만 잡으면 고개가 숙여진다. 볼이 똑바로 나가지만 남들처럼 제대로 뜨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볼이 왜 저렇게 낮게 날아가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구질을 가진 김 사장과 라운드를 하면서 마지막 홀에 이르렀다. "이 드라이버로 한번 쳐 보시지요"라고 권했다. "드라이버 탓이 아니고 내 스윙이 잘못 돼서 그런 건데… 이걸로 친다고 될까?" 우려 속에 힘차게 티샷을 한 김 사장.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배어났다. "됐어! 바로 이거야!"

김 사장에게 건네준 드라이버는 일반 골퍼가 치면 볼이 너무 높이 뜬다고 불평할 정도로 만들어진 드라이버였다. 샤프트는 휘어지는 강도에 따라 X S SR R R2 A L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 남성용은 R,여성용은 L이며 스윙 스피드에 따라 적절한 샤프트를 선택해야 거리를 제대로 낼 수 있다.

샤프트의 역할은 최적의 순간에 헤드가 볼에 접촉될 수 있도록 휘어져서 스윙 에너지를 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때 많은 골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임팩트 순간에 샤프트가 뒤로 휘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임팩트 순간에 샤프트는 (그림)의 C자처럼 앞으로 휘어진다. 원심력 때문이다. 줄에 공을 매달아서 돌려보자.줄이 팽팽해지는 것은 공이 밖으로 튕겨나가려는 원심력 때문이며,손으로 이 줄을 잡고 있는 구심력이 있기 때문에 공은 궤도상에서 원운동을 계속한다. 이때 구심력과 원심력은 방향만 정반대이고 힘의 크기는 동일하다. 스윙은 원운동의 일부다. 원운동에는 중심점이 있어야 한다. 클럽을 휘두르는 골퍼의 가슴 한가운데 지점인 명치 부분이 중심점이다. 이 사실만 알아도 클럽을 팔로 '후려 패서' 슬라이스를 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금방 이해할 것이다.

클럽을 잡은 손은 명치를 향해 구심력을 주고 있다. 원심력은 헤드의 무게 중심에 작용하는데,드라이버의 헤드는 샤프트 기준으로 보면 뒤쪽으로 많이 돌출돼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도 샤프트보다 뒤쪽에 있게 된다. 만약 임팩트 순간에 샤프트가 앞으로 휘어지지 않는다면 샤프트 방향으로 작용하는 구심력과 헤드의 무게중심에 작용하는 원심력이 동일선상에 놓이지 않으므로 물리법칙에 어긋난다.

구심력과 원심력이 동일선상에 오게 하는 유일한 해법은 헤드가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샤프트가 앞으로 휘는 것이다. 이 원리를 모르고 세게 치려고 손이 먼저 앞으로 나가면 샤프트가 제대로 휘어지기 전에 임팩트가 이뤄지는 비효율적인 스윙이 된다.

조영재 골프칼럼니스트 yjc@imast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