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무상'이란 탈 쓴 '세금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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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신설·재료비 삭감해 조달 … '보편복지' 실제론 있을 수 없어
미국으로 이민 간 한 교포가 도로에 사슴이 죽어있는 것이 발견되면 신고하란 당부를 들었다. 얼마 후 그는 운전을 하는 도중 실제로 사슴 한 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즉시 긴급전화를 걸자 담당자가 받았다. 그런데 긴장을 한 나머지 사슴이 영어로 무엇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때는 마침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그는 갑자기 전화에 대고 외쳤다. "Rudolph is dead!(루돌프가 죽었어요!)" 그러자 긴급 전화 담당자가 물었다. "Are you Santa?(혹시 산타할아버지이신가요?)"
물론 루돌프나 산타할아버지는 이야기에서 존재할 뿐 실제로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신다는 것을 믿게 만들고 싶어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을 비비며 안 자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은 곯아떨어지는 꼬마의 모습을 보면서 전구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산타를 대신해 선물을 놓는 기분은 정말 끝내준다.
그러나 잠시는 흐뭇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어린이들은 실제로 산타는 존재하지 않으며 크리스마스 선물은 산타가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사온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최근 무상급식이나 보편복지 등 복지와 관련한 이슈가 화두가 되고 있다. 무상급식,참 좋은 말이다. 언뜻 들으면 '산타급식'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무상'이라는 말은 정말 잘못된 단어다. 왜냐하면 무언가를 얻으려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가를 지급하는 과정은 곧 다른 기회를 포기하는 과정이다. A를 얻기 위해서는 돈을 내는데 이 돈을 지급하는 바람에 B를 희생해야 한다. 이렇게 희생된 B에 대해 경제학은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경제의 기본원리는 무언가를 얻으려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소위 '무상급식'을 위해 얼마를 내는지,무엇이 희생돼야 하는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에 시 · 도 교육청이 학교 신설비를 올해 예산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사실과 관련해 교부금에서 그만큼 감액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2013년 개교 예정인 학교 신축비로 9734억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교육청들이 학교 신설비를 예산에 편성하지 않거나 대폭 감액해 총 4463억원을 유용했다면서 일선 교육청들이 급식에 쓰기 위해 학교 신설비를 예산안에서 빠뜨린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리고 일부 교육청의 경우 급식비 조달을 위해 학교시설비,교원연수비,학습재료비,강사료,방과 후 학습비 등을 삭감하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소위 '무상급식'은 결코 '무상'이 아니다. 신축비,시설비,재료비,학습비,강사료가 희생되면서 제공되는 것이다. 이는 값비싼 기회비용을 치르고 제공되는 '유상급식'이며 '세금급식'이다. 물론 최근 유행하는 '보편 복지'도 마찬가지다. 능력과 상관없이 복지혜택을 누구나 누리게 하자는 이야기를 하려면 무엇을 희생할 것인지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 진정 필요한 것은 아름다운 구호가 아니라 제대로 된 논의다.
산타할아버지가 양말에 넣어주는 줄로 알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은 사실은 어머니 아버지가 힘들게 번 돈으로 시장에서 사온 것이다. 그리고 그 선물은 엄마나 아빠가 몇 년 된 헌 구두를 새 구두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제공되는 것이다. 새해에는 소위 '무상 급식'과 '보편 복지'의 '기회비용'에 대해 보다 명확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산타 급식'과 '산타 복지'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
물론 루돌프나 산타할아버지는 이야기에서 존재할 뿐 실제로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신다는 것을 믿게 만들고 싶어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을 비비며 안 자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은 곯아떨어지는 꼬마의 모습을 보면서 전구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산타를 대신해 선물을 놓는 기분은 정말 끝내준다.
그러나 잠시는 흐뭇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어린이들은 실제로 산타는 존재하지 않으며 크리스마스 선물은 산타가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사온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최근 무상급식이나 보편복지 등 복지와 관련한 이슈가 화두가 되고 있다. 무상급식,참 좋은 말이다. 언뜻 들으면 '산타급식'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무상'이라는 말은 정말 잘못된 단어다. 왜냐하면 무언가를 얻으려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가를 지급하는 과정은 곧 다른 기회를 포기하는 과정이다. A를 얻기 위해서는 돈을 내는데 이 돈을 지급하는 바람에 B를 희생해야 한다. 이렇게 희생된 B에 대해 경제학은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경제의 기본원리는 무언가를 얻으려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소위 '무상급식'을 위해 얼마를 내는지,무엇이 희생돼야 하는지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에 시 · 도 교육청이 학교 신설비를 올해 예산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사실과 관련해 교부금에서 그만큼 감액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2013년 개교 예정인 학교 신축비로 9734억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교육청들이 학교 신설비를 예산에 편성하지 않거나 대폭 감액해 총 4463억원을 유용했다면서 일선 교육청들이 급식에 쓰기 위해 학교 신설비를 예산안에서 빠뜨린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리고 일부 교육청의 경우 급식비 조달을 위해 학교시설비,교원연수비,학습재료비,강사료,방과 후 학습비 등을 삭감하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소위 '무상급식'은 결코 '무상'이 아니다. 신축비,시설비,재료비,학습비,강사료가 희생되면서 제공되는 것이다. 이는 값비싼 기회비용을 치르고 제공되는 '유상급식'이며 '세금급식'이다. 물론 최근 유행하는 '보편 복지'도 마찬가지다. 능력과 상관없이 복지혜택을 누구나 누리게 하자는 이야기를 하려면 무엇을 희생할 것인지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 진정 필요한 것은 아름다운 구호가 아니라 제대로 된 논의다.
산타할아버지가 양말에 넣어주는 줄로 알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은 사실은 어머니 아버지가 힘들게 번 돈으로 시장에서 사온 것이다. 그리고 그 선물은 엄마나 아빠가 몇 년 된 헌 구두를 새 구두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제공되는 것이다. 새해에는 소위 '무상 급식'과 '보편 복지'의 '기회비용'에 대해 보다 명확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산타 급식'과 '산타 복지'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